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불황극복과 디자인’ 보고서에서 불황기 디자인 핵심전략으로 색상·패키지(포장)·판매공간 3대 디자인 보완 요소를 ‘새롭게 디자인(redesign)’할 것을 제안했다.
색상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전환하고 불황에도 개성표출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신선하고 화려한 색을 추천했다. 경기침체기일수록 소비자는 무채색보다는 화려한 색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에 가장 성공적으로 대처한 기업으로 미국 PC업체 델을 꼽았다. 델은 지난해 12월 화려한 색과 예술적 패턴으로 디자인된 노트북 커버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했으며 이를 통해 화가, 장난감 디자이너, 그래픽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58종의 노트북 커버를 제공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미술관에서 그림을 고르듯 나만의 노트북을 소유할 수 있어 85달러의 추가비용에도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평했다.
패키지는 불안한 경제여건 속에서 안정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해 ‘상품과 교감’을 강조했다. 불황기에는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풍이나 친숙한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패키지 디자인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소니의 ‘S-Frame’을 사례로, ‘패키지 실용성’이 불황기에는 통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소니는 디지털 포토프레임(사진액자) 구입 고객이 포장재 제거 후 선물을 위해 다시 포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패키지 그대로 선물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사진액자 시장에서 35%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에서는 일반 생활용품점에서도 판매하는 등 새로운 유통채널을 개척했다.
판매공간은 매장 인테리어나 디자인을 바꿔 소비자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가상품을 팔고 있어도 고급스럽고 쾌적한 구매환경을 조성한다면 소비자가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다는 이유다. 맥도널드의 ‘맥카페’가 이를 활용한 대표적 사례로 매장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좁고 딱딱한 가구를 배치했던 기존과 달리 여유 있게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안락한 가구를 배치해 소비여력이 낮아진 고객을 유인했다.
보고서는 또 불황기 소비가 감성보다는 이성, 집단보다는 개인, 유목보다는 정착에 익숙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성소비를 통해 브랜드·로고 등 명품이 보유한 상징성보다는 구매효율성이나 실효성을 우선시한다. 이에 따라 저가상품을 구입하고 할인쿠폰·마일리지·제휴할인서비스를 활용하는 등 지출을 최소화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 집단의 소비행동을 모방하는 것보다 개인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해 명품은 가격대가 낮은 액세서리를 구입하고 의류나 가방은 중저가 브랜드를 찾게 된다. 정착 소비는 대외활동보다는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내에서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생활용품이나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상품에 관심이 고조된다고 소개했다.
연구소는 “일반적으로 디자인은 신상품 개발의 본원적 요소로 사업 성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나, 불황기에는 기존 디자인의 ‘보완’만으로도 부가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며 “소비자의 심리를 면밀히 분석해 디자인에 반영함으로써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시론]AI 패권의 새로운 질서
-
2
[ET단상] 양자와 AI 시대, K보안 도약을 위한 제언
-
3
[ET톡] 퓨리오사AI와 韓 시스템 반도체
-
4
[ET톡] AI와 2차 베이비부머의 미래
-
5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4〉AI '앱 경제'를 '에이전트 경제로' 바꾸다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5〉고독한 사람들과 감성 AI
-
7
[부음] 김동철(동운아나텍 대표)씨 장모상
-
8
[부음] 유상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씨 장모상
-
9
[사설] 보안기능 확인제품 요약서 사안별 의무화 검토해야
-
10
[GEF 스타트업 이야기] 〈57〉더 나쁜 사람 찾기, 손가락질하기 바쁜 세상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