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와 올 연초까지 꽁꽁 얼어붙었던 기업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인한 수출기업 수익성 개선과 경기 회복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41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31일 발표한 ‘2009년 3월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3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7로 전월의 43보다 14포인트 급등했다. 월별 상승폭으로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1월 이후 가장 크다.
제조업 업황 BSI는 작년 9월까지 70선에 머물다 10월 67, 11월 54, 12월 46으로 급락했다. 올해 1월에는 1포인트 반등하기도 했으나 2월에 다시 43으로 추락했다. 업황 BSI는 지수 100을 기준으로 100이하 이면 경영여건을 나쁘게 보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4월 업황을 예상하는 전망 BSI도 2월 50보다 10포인트 높은 60을 기록했다. 이는 환율 상승으로 수출기업 수익성이 개선된데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일부 수출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등 수출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여기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줄었고 과감한 재정지출 계획 등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진 점도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2월 광공업생산도 5개월 만에 급락 행진을 일단락해 경기가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배 10.3% 감소했다. 1월의 -25.6%에 비해 크게 개선된 수치다. 광공업생산이 지난해 9월 6.3%를 시작으로 10월 -1.9%, 11월 -13.8%, 12월 -18.7%, 올해 1월 -25.6%로 급전직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추락국면이 5개월만에 일단 완화됐다.
이에앞서 30일 전경련이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86.7로 3개월째 반등세를 나타냈다. 2월(66.0)과 3월(76.1)에 이어 연속 상승, 작년 10월(84.9) 이후 처음으로 80선을 회복했다. 경기 부진세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기업 체감경기 회복이 추세적인 흐름으로 보기에는 성급하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1일 ‘경제심리로 본 최근 경기진단’ 보고서에서 “경기 급락세 완화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심리지표가 개선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실물지표 반등은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계속 둔화하고 있고 소득분배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실업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모두 오르면서 가계의 실질적인 부담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근본적으로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심리 지표는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외환위기 당시 심리지표는 실물경기보다 약 2분기 정도 앞서 바닥을 찍고 1년여 동안 꾸준히 반등했다”며 “심리지표 개선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면 올해 중반께 경기 저점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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