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서남표 총장의 끝없는 도전

Photo Image

 언제 터뜨릴지 모른다 해서 ‘서폭탄’으로 불리는 한국 대학 개혁의 전도사 서남표 KAIST 총장을 처음 본 것은 3년 전인 지난 2006년 7월 인터뷰 자리에서다.

 당시 그에 대한 첫인상은 ‘나이 지긋한, 꾸밈없이 웃는 모습의 원로 교수’였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와이셔츠 차림이어서인지 자유 분방함도 느껴졌다. 지금처럼 한 방에 모든 것을 평정하는 위력적인 ‘리더십’은 생각할 수 없었다.

 ‘대화와 변화’를 이야기하며 ‘종신고용 시스템’인 테뉴어 제도를 처음 언급됐다. 그러나 그때 누구도 테뉴어 제도를 주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는 “국내에서 ‘고생해온 교수님’들을 위해 외국물 먹고 오신 서 총장께서 당근을 주시는구나” 하는 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1년 뒤 국내 대학사상 처음 적용한 테뉴어 제도의 결과물이 공개됐을 때 전국 대학이 모두 경악했다. 이공계 최고라고 자부하던 KAIST의 교수진은 테뉴어 심사에서 대거 물먹고 망연자실했다. 신청 교수 35명 중 40%가량이 떨어졌다. 이어 다른 대학들이 이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변화의 바람은 수십년간 정부도 골머리를 앓아온 입시제도마저 뒤흔들어놨다. 신입생 선발 시스템에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해엔 입시에서 심층 토론식 면접 방식으로 관심을 끌더니 올해부터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각종 경시 성적을 학생선발에서 반영하지 않기로 하는 방침을 선언했다. 전문성 및 인성 면접을 통합하되 인성 측면을 강화하겠다는 발표도 나왔다. 창의적이고 남다른 사회성, 봉사정신 및 리더십을 갖춘 미래형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학생들도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는만큼 개혁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전원 장학금 혜택이 사라졌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여전히 장학금을 받지만 평점 3.0 이하를 받으면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적으로 내야 한다.

 서 총장은 대학 발전 기금 부문도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이정표를 만들고 있다. 기부문화가 일천한 국내에 다소 파격적인 실험이다. 류근철 모스크바국립공대 종신교수가 578억원을 기부했고, 박병준 전 베리타스 회장이 1000만달러, 도널드 킴 엠코 대표가 100만달러, 닐 파파라도 메디텍 대표가 250만달러를 내는 등 지금까지 약정액이 900억원을 육박한다.

 KAIST는 지금 또 다른 변혁을 준비한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상 초유의 드래프트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부장이나 팀장급은 일괄 내부 공모할 방침이다. 야구나 축구 선수처럼 필요한 인원을 선별해 끌고 가는 방식이다. 일을 잘하거나 인기있는 직원들은 우선적으로 뽑혀 갈 것이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직원들은 가슴 졸이며 자신의 능력 개발에 절치부심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KAIST가 2011년까지 세워놓은 5개년 목표는 총 29가지 항목이다. 이 가운데 ‘고위험 고수익 프로젝트’나 ‘100% 영어 강의’ 등은 성과가 났으며, 전임교수 700명 및 학생 수 7900명 확보 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대학 도약을 내건 서 총장의 임기가 내년에 만료된다. 이제 1년 4개월가량 남아 있다. 연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서남표 총장이 앞으로 남은 기간에 KAIST를 넘어 한국 대학에 또 무슨 도전장을 내밀지 자못 궁금하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