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위해 구조조정기금 신설

　정부는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인 구조조정기금을 신설, 금융기관이 보유한 기업 부실채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또 4월 말 대기업 그룹에 대한 채권은행의 재무구조 평가를 실시, 부실한 계열사의 자산 매각과 정리를 단행한다.

　19일 금융위원회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기업 구조조정 추진 방향과 전략’ 방안을 마련,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경제 상황 악화에 대비한 선제적 방안으로 자산관리공사에 가칭 ‘구조조정기금’을 신설, 금융기관이 보유한 기업 부실채권 매입 등 구조조정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기금 재원은 정부보증 채권을 발행해 조성한다. 조만간 확정될 추가경정예산에도 포함, 지원받을 예정이다. 자산관리공사법 개정 등 구조조정에 필요한 법제도 보완 방안을 다음 달 말까지 마련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초기 기금 조성 규모에 대해 “현 경제 상황이나 금융기관의 여러 가지 부실채권 증가가 평상시에 예상한 만큼 되는 게 아니다”며 “2, 3월 상황을 조금 더 살펴보고 전체적인 규모를 산정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채권은행이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이 많은 44개 그룹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갖고 4월 말에 재무구조를 평가하도록 했다. 부실화됐거나 부실 우려가 있는 그룹은 자산 매각과 계열사 정리 등을 담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채권은행과 맺게 된다. 채권은행의 기업 재무구조 평가는 매년 실시됐지만 올해에는 개별 기업 평가가 아닌 그룹 단위로 이뤄지고 사업 지속 가능성 등에 중점을 두고 이뤄진다고 금융위 관계자는 밝혔다.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유도를 위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자산을 매각할 때는 양도차익의 법인세 분할 과세 및 금융기관 채권 포기 손실 손금 산입 등의 세제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 펀드를 조기에 조성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는 시장형 구조조정 방식을 병행할 방침이다. 민간 투자 유치를 위해 산업은행 등이 적극 참여하고, 필요하면 사모투자펀드(PEF) 관련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진 위원장은 “세계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외환시기와 같은 일시적 구조조정으로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해 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상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정부는 채권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