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PC방 라이선스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백신이나 오피스 프로그램 등 PC방에서 주로 이용되는 개인용 SW 개발회사들은 PC방용 라이선스 버전을 별도로 두고 있으나 이를 통한 수익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특히 PC방의 경우 각종 바이러스와 스파이웨어 확산의 주범이라고 여겨지면서 백신 회사들이 이를 한꺼번에 막을 수 있는 버전들을 많이 내놓았지만 정품 사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품 사용률이 턱없이 낮은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대부분의 PC방이 영세하다 보니 단속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일쑤다. 이 때문에 SW기업들은 PC방 라이선스 수익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에스지알아이(대표 박정호)는 지난 12일부터 PC방용 바이러스 백신 판매를 중단했다. 백신 ‘바이러스 체이서’ 사업을 하는 이 회사는 불법복제가 워낙 많아 라이선스 관리가 힘들고, 정품을 구입한 PC방이라고 할지라도 이에 대한 서비스가 힘들어 중단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박정호 사장은 “우선 전체적으로 라이선스 현황을 파악하려고 하며 PC방용 제품 판매를 중단한 것은 선택과 집중의 일환”이라며 “이를 재정비한 후 PC방용 제품 사업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대표 김홍선)는 PC방에서 사용되는 V3 백신 정품 사용률이 고작 10% 수준인 것으로 잠정 파악하고 있다. 일반 SW의 불법복제율이 20%대인 것을 감안하면 PC방의 불법복제율은 4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글과컴퓨터(대표 김수진)는 PC방용 라이선스를 별도로 내놓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거의 하지 않는다. 불법복제 단속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은데다 대부분 영세하다보니 단속 후 실익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불법복제SW가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은 묵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PC방 시장을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개별 사업장으로 보면 작은 규모지만 전체 2만여개에 달하는 PC방 숫자를 가늠했을 때에는 적잖은 SW 사용처다. 이에 PC방을 대상으로 하는 라이선스 관리나 저작권 확산 운동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안철수연구소 측은 “PC방은 바이러스와 스파이웨어의 온상이 되고 있어 PC방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커질 시장이기 때문에 PC방 올인원 제품을 내놓고 별도로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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