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사업자 `중계료 불똥`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축구경기 A매치·메이저리그야구(MLB) 등의 국내 중계 판권을 가지고 있는 IB스포츠가 지상파방송사는 물론 인터넷(IP)TV·위성방송·케이블방송사 등 모든 방송 플랫폼사업자에게 별도의 중계료를 요구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IB스포츠와 방송사간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접 공중파를 시청하지 않고 IPTV와 위성방송 등을 통해 지상파를 보는 사람들은 우선 다음달 5일 개막하는 WBC부터 중계를 보지 못하게 될 수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B스포츠는 각 방송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문을 보내 지상파 재전송을 포함한 모든 해외 스포츠방송에 대해 별도의 콘텐츠 이용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IB스포츠는 이날까지 사업자들의 회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해외 스포츠 중계는 관행적으로 KBS와 MBC·SBS 등이 판권을 구매할 경우 지상파를 재전송하는 미디어에 대해서는 별도의 댓가 요구가 없었다. 업계에서는 IB스포츠가 IPTV의 상용화로 다 플랫폼 시대가 열리고, WBC라는 국민 관심이 높은 이슈가 있는 시점에 맞춰 공세 수위를 높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IB스포츠 관계자는 “우리가 해외 주요 스포츠의 국내 사용권리를 확보할 때도 지상파와 IPTV, 위성, 케이블 등으로 구분해서 대금을 지불한다”며 “이에 대한 현실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관련 법규 등의 명확한 해석을 통해 방송사와 협상을 해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단 스포츠 중계는 저작권에 해당하는 문제로 중계권을 사용하는 사업자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데는 방송업계에서도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지상파가 중계권을 구매하면서 ‘지상파용’으로 국한된 권리를 샀다면 지상파를 재전송하는 유료방송 채널에서는 파장이 불가피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의무 재전송을 포함한 지상파의 재전송에는 각 플랫폼사업자들이 별도 편성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를 들어 KT가 IPTV를 통해 MBC를 재전송하는 경우, 중계권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스포츠 중계시간에는 다른 프로그램을 끼워넣지도 못한채 검은자막(블랭크)이 나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일단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강력 반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상파와 재전송 계약을 맺었다면 이는 전체 채널에 대한 전송권을 가진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램별 콘텐츠 비용을 별도로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보편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매체라는 점을 스스로 강조해 법제화까지 이뤄냈다”며 “온국민이 관심있게 보는 스포츠 콘텐츠라면 당연히 지상파가 책임지고 전국민에게 서비스해야 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상파 SBS의 관계자는 “3개 지상파와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 정부, IB스포츠 등 이해 당사자가 모여, 관련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시청자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중계권 문제는 일단 각 사업자 간의 계약과 협의가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청자의 볼 권리 문제와 보편적 서비스의 제한 등에 대해서는 내용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문제는 스포츠 중계 이외에도 충분히 불거질 수 있다. 해외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에서도 지상파 방송사가 저작권을 어디까지 보유하느냐에 따라 유료방송의 재전송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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