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발 훈풍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가장 큰 급등세를 나타냈다.
28일 설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증시는 전일 대비 64.58포인트(5.91%) 오른 1157.98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8.85포인트(2.51%) 오른 361.68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오전 10시 54분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5% 이상 급등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돼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사이드카 발동은 지난 15일 코스피 급락 사이드카에 이어 올해 두 번째고, 급등 사이드카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수 상승은 독일 반도체업체인 키몬다 파산으로 반도체업체의 반사이익이 기대될 것이란 전망이 이끌었다. 지난 23일 최악의 분기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10% 넘게 상승했고 하이닉스도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세계 5위의 D램 업체인 키몬다 파산 신청은 극단적인 가격인하 경쟁인 세계 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이 마침내 종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키몬다 파산은 치킨게임이 더는 지속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향후 메모리 반도체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반도체 공급과잉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에 수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계는 거래소 시가총액중 19.4%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등 IT주가 최근 실적발표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시장 상황이 우리 기업에 유리하게 돌아간 것이 시장 상승을 유도했다고 평가했다.
키몬다 파산으로 2분기 이후 공급 축소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김장열 현대증권 연구원은 “키몬다 파산 등으로 2분기 중반 또는 3분기에 공급축소 효과가 발생하면 메모리 반도체 수급이 개선돼 2분기 이후에 30% 수준의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배드뱅크’ 출연으로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될 것이란 기대감도 더해지면서 상승폭이 커졌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은행들의 악성 자산을 매입하는 배드뱅크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은행주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날 외국인은 배드뱅크 운영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융주 등을 사들이며 5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돌아서 1050억원을 순매수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배드뱅크를 세워 은행의 악성 자산을 흡수하면 금융시장 안정에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오바마 정부가 이르면 내주 초에 금융 구제안에 대한 초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보인다”며 “배드 뱅크안이 통과될 경우 다시 불거진 금융위기도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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