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칩 시장 선두업체인 에피밸리가 새 주인 찾기에 나서면서 국내 LED 시장을 재편할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국내 LED 칩 업체 가운데 기술력·양산능력에서 삼성전기와 버금가는 업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력 인수 대상 기업들이 실사 후 철회 의사를 밝히거나 새로운 인수 희망 기업들이 나타나면서 에피밸리 인수전은 장기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에피밸리(대표 조주환)가 대주주 지분 25% 가량을 매각하기로 하고 인수합병(M&A) 협상에 나선 가운데 아직 이렇다 할 인수 희망 기업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기·LG이노텍·금호전기·효성 등 LED업체들이 최근 접촉했지만 인수 가격이 높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피밸리 대주주 지분 인수 금액만 300억원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기·LG이노텍 등은 기술(특허)와 자산(설비), 전문인력들만 인수를 원하면서 결국 인수 협상에서 발을 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유력한 인수 희망 기업 가운데 하나였던 금호전기마저 부정적인 시각으로 선회했다. 박명구 금호전기 부회장은 “LED 조명 사업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에피밸리 인수를 검토했지만 현재로선 차선책일뿐”이라며 “에피밸리보다는 해외 기업들과의 제휴 등 다른 대안을 찾는데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진그룹도 에피밸리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M&A 협상은 혼미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근래 인수 제안이 들어와 실사를 거쳤지만 그쪽에서 원하는 가격이 너무 높다”면서 “에피밸리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더이상 협상을 진척시킬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LED 시장 재편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에피밸리 인수전은 당분간 공전을 거듭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동욱 에피밸리 상무는 “국내외 여러 회사들이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고 현재 협상을 진행중”이라며 “여의치 않을 경우 구제 금융 등을 통한 독자 생존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각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에피밸리가 자생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동안 적지 않은 설비 투자로 자금 여력에 부담이 간 상황에서 지난해 키코 손실까지 겹쳐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이 계속 지연될 경우 현재 에피밸리가 보유한 기술력 등 기업의 가치도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피밸리는 삼성전기와 더불어 국내 LED 시장의 대표적인 칩 메이커다.
서한·이동인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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