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비용절감의 보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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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종이, 물, 인력, 택배, 기름….

위에 열거한 것들은 무엇일까. 기업들이 외치는 비용절감 목록이다. 요즘 CEO들이 비용절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등 절박한 심정이다. 이면지 사용이나 출퇴근 시 소등, 일부 기업은 직원 휴가를 권장해 인건비를 절감하려고 애쓴다. 이처럼 기업이 ‘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는 식의 극한의 원가절감을 들고 나온 것은 외부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고유가에다 원자재 가격상승은 물론이고 소비심리 회복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그렇다고 지출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회사는 돌아가야 하고 조직은 살아서 움직여야 한다.

기업들은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경비절감을 외친다. 영업상 꼭 필요한 경비 외에는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고 있다. 복리후생비를 줄이는가 하면 사무실 전기절약에 나서 실내가 어두울 정도다. 하지만 일회성 원가절감은 ‘요요현상’이 특징이다. 전 부서 10% 비용절감과 같이 조직원의 마음가짐에 의존할 뿐 업무로부터의 근본적인 비용절감 변화는 꾀하지 못한다.

‘잘 파는 것 못지않게 잘 사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구매경쟁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업의 원가 측면에서 볼 때 구매는 전체 매출 원가의 60%를 차지한다. 구매가 직결된 물류나 R&D 등 공급사슬관리 부문으로 확장하면 구매 비중은 제조원가의 90%에 이른다. 업계는 1억원의 구매 원가를 절감하면 영업이익은 50% 늘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이같이 구매기능은 기업에서 ‘비용절감의 보톡스’ 역할을 한다.

구매혁신은 소모성자재(MRO) 업체의 구매력를 이용해도 이룰 수 있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농심은 지난해 MRO 전문업체인 아이마켓코리아에 서비스를 일임하면서 구매원가는 10%, 납품기간은 80%를 줄였다. 볼펜 등 사무용품부터 연구·실험용품까지 1만2000여개 품목을 서비스받고 있으며 연간 거래규모도 150억원에 이른다. MRO 구매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은 평균 9% 정도지만 비용이나 시간이 전체 구매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이기 때문에 구매합리화만으로 25%의 비용을 절감한다.

연간 55만톤의 광택종이를 생산하는 무림페이퍼도 MRO업체에 구매를 위탁해 구매원가를 6%나 줄였다. 특히 e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하는 IT의 특성상 구매 전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 회사 전반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최적의 길로 인식됐다.

구매 경쟁력을 하루아침에 갖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매를 통한 원가절감은 조직 내 구매업무가 통합돼야 가능하다. 회사 내 다른 부서가 같은 곳에서 같은 물품을 주문했다면 비용절감은 이미 물 건너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매 담당자의 인식 전환도 절대적이다. 구매담당자는 구입한 제품이 문제가 있을 때 문책을 받기 때문에 기존 구매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다. 스스로 업무 쳇바퀴에서 벗어나야 한다.

요즘처럼 실물경기가 침체할 때, 구매혁신은 더욱 빛을 발한다. 비용절감을 위해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협력업체를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해서도 안 된다. 잘 파는 것만큼 잘 사는 것도 비용절감의 한 비법이다.

김동석·생활산업부 차장 d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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