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 법안이 제출되면서 인터넷 업계는 자율정화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인터넷 산업에 필요한 변화를 수용하면서 규제가 낳을 수 있는 역기능을 막고자 하는 의도다. 자율정화 계획의 뼈대는 인권침해 등 인터넷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막고자 하는 가이드라인과 콘텐츠 산업의 자산을 보호하는 저작권 강화로 정리된다.
◇업계 주도로 자율 규제 본격 도입=지난달 16일 포털업계는 자율규제기구를 출범했다. 포털에서 이슈가 되는 이른바 ‘악플’ 등 관련 문제를 포털업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포털자율규제기구’다.
협회 내 포털정책협의회가 주도하며 NHN 등 주요 포털업체 임원과 이용자 대표,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해 구성할 계획으로 조만간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내놓을 예정이다. 포털 업체마다 서로 다른 게시물 관리 규정을 통일하려는 공동 사용자 게시물 관리규약 제정이나 광고 자율심의 등이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이다.
게시물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욕설 등 인권침해 소지가 확실한 게시물을 자율규제기구가 1차적으로 걸러낸다. 정치적 사안 등 업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게시물은 방통위로 보낸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뿐만 아니라 기술적 보완이 이어지고 있다. 포털 업체들은 유통되는 콘텐츠의 양이 급증하면서 저작권 권리자와 이용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판단하는 추세다.
NHN은 동영상 안에 방송사 로고가 새겨진 영상물을 자동으로 추출해 주는 방송사 로고 필터링 기술과 콘텐츠 고유 정보를 근거로 원본과 복사본을 구별해 주는 필터링 기술 도입에 나섰다.
다음도 필터링 기술 전문업체인 뮤레카와 협력, 새로운 음원 필터링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다음은 국내 P2P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 기술의 테스트 결과에 따라 시범서비스를 거쳐 정식 도입할 예정이다.
◇규제는 민간 지원 역할에 충실해야=이 같은 인터넷 업계의 자율규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해 9월 일본 인터넷 업계는 인터넷을 이용한 범죄 의뢰나 집단 괴롭힘 등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신속히 삭제하기로 하는 자율규제 방안을 내놨다. 일본 정부는 이 규제안을 근거로 인터넷 사업자들이 정보나 사이트 자체를 삭제해도 사이트 개설자로부터 법적인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는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물론 삭제 대상은 자살에 사용하는 ‘황화수소가스 발생 방법’ 등 최소한으로 제한했다. 아울러 음악이나 사진 등 저작권 침해 사실이 분명한 경우에도 업체 독자적 판단으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인터넷 업체 코헨 대표는 “영국 정부는 사업자에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주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구글이나 야후 등 해외 인터넷 기업에 대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가지고 있는 토종기업의 장려책이 필수며 규제는 이를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는 민간의 가이드라인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소모적 논쟁에 빠지면 산업 위축 효과로 이어진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동준기자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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