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 50년, 새로운 50년](39) 국가정보화 十年大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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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촉진기본법의 탄생. IT 강국 기간을 마련하다=1995년 정보화촉진기본법이 제정됐다. 199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10여년간 국가의 정보화산업의 기틀을 짰다. 정보화촉진기본법을 거쳐 정보화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을 만든 핵심 공로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정보화촉진기본법 이전에 우리나라의 정보화사업은 1986년 5월 제정된 전산망법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에 탄생한 전산망법은 본격적인 정보화사업이 진행되기 전에 제정됐다. 기술적·사회적인 변화가 빠르게 휘몰아친 90년대의 요구에 부흥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우선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의 형태가 바뀌었다. 1993년부터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의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1995년에는 ‘초고속정보통신 기반 구축 종합추진계획’을 확정했다. 2015년까지 전국에 음성·데이터·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대용량 정보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구축은 멀티미디어화에 따른 정보의 집중화, 매체의 통합을 요구했다. 과거에는 통신, 방송, 영화, 케이블TV 등을 각각 다른 법과 제도, 정책에 따라 별도로 관리했으나, 영역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었다. 이를 대처할 새로운 제도적 틀이 필요했다.

 사회 안팎으로 개방과 경쟁을 요구하는 추세도 거셌다. 새롭게 등장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자국 산업 보호’를 중시하던 우리 정부에 무한 개방, 무한 경쟁을 제시했다. 전산망법을 비롯한 기존 정보화산업 관련법들은 대개 정부 주도로 정보산업을 유치하거나,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뒀다. 김영삼 정부가 표방한 ‘세계화’의 실현을 위해서도 새 법 체계가 필요했다. 우리 내부의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는 논의가 공감을 얻었다.

 우리나라 정보화의 새 비전을 제시할 법에 대한 요구는 1980년대 말부터 거론됐다. 이후 경쟁적으로 법률안이 쏟아져나왔지만 입법에 이르지는 못했다. 관계 부처의 소관 다툼으로 명칭과 내용이 계속 바뀌며 법이 표류했다.

 새 정부의 세계화 구상과 정보통신부의 발족은 법 제정에 일대 계기를 마련한다. 세계화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보화촉진기본법의 제정이 긴요하다는 부처 간의 의견이 모여 1994년 10월 경제기획원·상공부·체신부·과학기술처 4개 부처가 법안을 공동 발의해 경제장관 회의에서 의결됐다. 그후 1995년 1월 조직개편으로 발족한 정보통신부는 기존 법안의 골격을 유지하되 정보산업과 유선 방송 등 일부 내용을 손질해 관계 부처와 합의를 거친 뒤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7월 국무회의의 심의와 국회를 통과하고, 1995년 8월 4일 공포됐다. 12월 29일과 30일에는 시행령과 규칙이 각각 제정돼 1996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오랜 산고 끝에 우리나라 국가사회정보화의 기본법이 탄생한 순간이다.

 ◇정보화촉진기본법,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제정 당시 정보화촉진기본법은 전체가 6장 36조 및 부칙으로 구성됐다. 정보화의 촉진과 정보통신산업의 기반 조성, 정보통신 기반의 고도화를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 내에 분산된 정보화 관련 기능을 통합 조정했다. 정보화촉진 및 통신산업 진흥 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할 기구로 국무총리를 원장으로 하는 정보화추진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게 한 것이다. 이로써 범정부적 차원에서 정보화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요 정책을 수립, 집행할 때 정보화의 촉진과 정보통신 사업의 진흥 등 정보화 관련 사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의무화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정보통신 사업의 육성에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고 있다. 공공정보화의 추진·정보문화의 확산·정보제공 확대·정보보호·이용자 권익보호 등 정보화 촉진을 위한 시책 및 정보화 산업 육성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기술개발·표준화·인력양성·정보통신단지조성·유통구조의 개선·국제협력의 촉진·정보통신관련 기관의 지원 등을 모색하고 있다.

 초고속정보통신 기반을 조기에 구축하고 공공·민간 부문의 이용을 활성화하는 각종 시책을 마련하고, 초고속망 사업자 승인제도를 마련해 민간 부문의 참여를 활성화할 것도 명시했다. 이와 관련, 각종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보화촉진기금을 설치, 운영하도록 했다.

 우리나라 정보화 법제는 정보화촉진기본법을 정점으로 주요 분야별 전문법제를 구성하는 체계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정보화촉진기본법은 정보화 추진을 위한 정부시책, 추진체계, 정보화 기반 조성 등을 망라하고, 각 영역의 법적 기초와 이념적 지향점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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