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시장 안정과 불황 극복을 위해 투입했거나 내년까지 지원 또는 공급키로 한 금액이 모두 20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환율 등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며 경기 하강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국제 금융위기가 현재 진행형이고 실물경기로 옮겨가고 있는 탓도 있지만 한국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대책에도 시장은 냉담=정부가 내년까지 공급하거나 지원하는 원화 금액은 44조원에 이르며 해외 차입에 대한 지급보증을 포함한 달러지원 규모는 151조원으로 계산됐다. 원화와 달러지원 규모를 합하면 모두 195조원으로 올 정부 예산인 220조원의 89%에 이른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세계 증시가 약세 국면에 있고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도 큰 약효가 없는 실정”이라며 “외화유동성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팀 신뢰 상실이 한 원인=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은 시장 상황을 낙관하다가 시기를 놓쳐 대응이 늦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이 ‘신뢰를 먹고 사는’ 시장에 실망감을 안겨주면서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실망감은 경제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을 낳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과 비상경제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대외여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강만수 장관의 시장 상황 판단 미숙에 따른 잇따른 정책실기와 안이한 대응은 경제위기를 증폭시켰다”고 주장했다.
외신들도 한국 경제정책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정부의 말과 행동이 경기침체를 스스로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강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정면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선제적인 대응과 신뢰 회복 필요=한국 정부가 은행부문의 유동성 경색을 정상화하려면 선제(proactive)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씨티그룹은 28일 전날 한국은행의 0.75%포인트 금리인하와 은행채 매입과 관련, “기대하지 않은 금리의 파격 인하와 유동성 경색 완화조치는 은행업의 반짝 급등세를 가져왔다”며 “이런 조치는 옳은 방향이나 그 이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기업들은 환율 및 금리안정,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금융규제 완화 등 금융시장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이 조속히 시행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걸 차단시켜주길 절실히 바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내수를 살려 시장 붕괴를 막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곧 발표할 예정인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실물경제 부양대책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부양대책에는 수출 둔화를 보완하기 위해서 내수 부양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규제완화, 일자리 창출 등을 골자로 하는 실물경제 활성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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