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높은 코스닥 문을 어렵사리 뚫은 상장사들은 동반 폭락에 하소연도 못한 채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비상장 기술벤처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 상당수는 코스닥 상장으로 재도약을 꿈꿔왔다. 코스닥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은 한국 미래성장동력원과 함께 한다.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그렇고 이곳에 들어서기를 희망하는 기업이 그렇다. 코스닥이 존재 의미를 상실하면 미래성장원인 이들 벤처기업도 방향성을 상실한다. 최근 코스닥 폭락에 따른 파장, 원인 그리고 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자금조달은 ‘올 스톱‘입니다.”
코스닥에 상장해 있는 모 IT 벤처업체 재무담당자의 말이다.
그는 “증자는 시장에 쇼크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공모해도 아무도 안 사려 한다”며 힘겨워 했다.
이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코스닥 시장이 폭락하기 전 CB나 BW를 발행한 업체는 풋옵션으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모 상장사 대표는 “일부 기업은 CB·BW를 발행하면서 주가가 얼마 이하로 내리면 물어주기로 옵션을 걸어놓았다”면서 “자금조달하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자금압박으로 되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활기를 띠기 시작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매수자는 시장 불안에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고, 기업들은 이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다. 거래성사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벤처캐피털 업계도 대표적인 자금회수 경로인 기업공개가 코스닥 폭락으로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또 다른 대안인 M&A 시장까지 막혀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이 차라리 났다”는 모 벤처캐피털 업체 대표의 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기업 신용도 하락에 따른 피해도 우려된다. 기업가치(주가)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 상장사 CEO는 “당장 자금조달 계획이 없어 주가 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은행들이 코스닥 상장사의 신용도를 낮게 평가하면서 자금 회수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미래 잠재력을 보유한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시장인 코스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코스닥 지수는 작년 말 704.23에서 지난 24일 300포인트 선마저 무너져 276.68로 마감했다. 1년도 안 돼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들의 평균 가치가 절반 이하로 하락한 셈이다.
기업들의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상장사뿐만이 아니다. 기업공개(IPO)를 꿈꿔왔던 예비상장사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공모가 산정 기준은 대체로 유사업종의 상장사를 기준으로 한다. 결국 상장 연기가 불가피하다.
최근 공모를 철회한 모 벤처기업 사장은 “지난해부터 준비해 왔지만 상황이 안 좋아 철회했다”면서 “향후 재공모를 추진하겠지만 계속 상황이 좋지 않으면 상장 포기까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공모 연기 수준이 아니라 상장철회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김종선 코스닥상장사협의회 부장은 “올 초 삼성 재판 건과 키코(KIKO) 건으로 유독 하락세가 크더니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우량기업까지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준배·이경민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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