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샌디스크가 인수합병(M&A) 가격을 놓고 팽팽한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좀 더 유리한 가격에 샌디스크를 인수하고 싶어하고 샌디스크는 그 반대인 상황에서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
특히 샌디스크가 삼성전자 인수의향서의 답변 서한을 홈페이지에 전격 공개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대형 M&A 협상에선 웬만해선 공개하지 않는 내용들이다. 삼성전자라는 거물을 이용해 몸값을 높이거나 삼성을 압박하려는 양동작전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솟아났다.
◇인수가 놓고 신경전=샌디스크 측은 “삼성의 주당 26달러 인수 제안은 샌디스크 주식을 현저히 저평가한 것이며, 삼성이 샌디스크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인 시너지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거부 배경을 설명했다. 샌디스크는 삼성이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역공했다.
샌디스크 측은 “처음 우리와 접촉했던 5월 22일, 삼성은 당시 종가였던 ‘28.75달러보다 더 많은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급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샌디스크의 주장대로라면 삼성전자가 주당 2.75달러 낮게 인수 가격을 제안한 셈이다. 샌디스크는 “이번 인수 제안은 불황기에 회사를 헐값에 인수하려는 기회주의적인 시도며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주당 26달러의 가격은 샌디스크 주주들도 충분히 수용할 만한 수준이란 의견이다. 삼성전자는 인수의향서에서 “주당 26달러는 샌디스크의 15일 종가 대비 80%, 그리고 30일 평균 거래선 대비 66%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고 4일 현재 기업 전체 가치보다도 164%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 같은 엄청난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인수 제안가가 샌디스크의 본질적인 가치와 52주 최고 가격(50달러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샌디스크 측의 주장에 매우 실망했으며 유감스럽다”며 샌디스크의 적정가에 대한 현실 괴리감을 지적했다.
◇협상은 계속된다=삼성전자와 샌디스크는 지난 5월 22일부터 서울과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며 M&A에 대해 수차례 토론과 회의를 거친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달 9일 샌디스크는 드디어 삼성전자에서 주당 26달러란 인수가격를 받았다. 샌디스크는 제안 가격에 실망했다. 양사는 한 달간 협상을 벌였지만 인수 가격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러자 샌디스크는 16일(미국 현지시각 오후 6시) 인수 협상 과정을 자사 홈페이지에 전격 공개했다.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 경쟁사들도 샌디스크 인수 상황을 단박에 알게 됐다. 샌디스크 인수에 관심을 보인 도시바에 인수 가격 타협점을 공개적으로 제시해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펼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은 인수 협상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양사가 지닌 차별화되고 특화된 장점과 글로벌 경쟁력 결합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특히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통해 SSD 시장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인수를 전제로 계속 협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샌디스크 이사회를 직접 압박하는 강공책을 꺼냈다. 삼성전자는 17일 샌디스크 이사회에 인수의향서를 보내 현금 인수하고 구조조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통상 기업 M&A 과정에서 최종 타결 이전까지 협상 과정이나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 것이 관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이를 무시하고 인수의향서를 전격 공개한 것은 이미 인수사실이 공개된데다 인수가격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직접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수민기자 smahn@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와 샌디스크 간 M&A 협상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