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가 창립된 해는 무려 1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1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됐다. 지금은 전 세계 60개국에 약 13만3000명의 직원을 둔 초대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에너지 절감형 조명 솔루션, 의료 영상진단 및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개인 및 가정용품, 가전 등의 분야를 선도한다. 이렇게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것에는 우수한 기술력과 경영 덕분이지만 사회적 책임도 다한 것도 영향이 있다. 필립스는 특히 환경 보전이라는 사회적 책임에 그 어느 기업보다도 먼저 모범을 보였다. 비즈니스 자체도 환경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설계에서 개발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비전 제시=환경에 대한 책임과 에너지 효율 혁신이 앞으로의 회사 발전 원동력이라 판단한 필립스는 지난해 제품과 설비의 에너지 효율성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에코비전(EcoVision) 4’ 전략을 발표했다.
필립스의 에코비전 프로그램은 1998년에 시작한 4년 단위 프로그램이다. 2006년 세 번째로 발표한 에코비전3의 성과를 계획보다 일찍 달성한 필립스는 더욱 도전적인 목표로 새롭게 보완된 에코비전4를 선보였다.
에코비전4는 △2010년까지 친환경 제품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30%로 증대 △향후 5년간 환경 이노베이션(그린 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를 2007년 대비 두 배인 10억유로까지 확대 △운영 면에서 에너지 효율성 25% 증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필립스는 에코비전을 통해 모든 제품 수명주기에서 환경을 고려하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제품 개발 단계에 ‘에코디자인(EcoDesign)’ 프로세스를 적용했다. ‘필립스 친환경 평가 항목(Philips Green Focal Area)’을 충족시키도록 했다. 그 항목에는 에너지 소모, 포장, 위험물질, 중량, 재활용 및 제품수명 신뢰성이 포함된다. 이들 중 하나 이상의 항목을 만족시키는 제품은 매년 제3자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친환경 제품(Green Product)’으로 인정받는다.
◇기업 구성원부터 친환경 실천=에코비전의 일환으로, 올해 말까지 필립스의 전 세계 사무실은 에너지 효율적인 조명 시스템을 갖춘다. 제품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온실가스의 배출도 더욱 줄이게 된다.
또 직원들에게 일상 업무에서도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필립스는 사무실이 비어 있을 때나 점심 시간, 외근 시에도 소등하는 것은 물론이고 퇴근 시에는 두꺼비집까지 내리는 등 에너지 절감을 생활화했다. 최근에는 ‘어스 아워(earth hour)’ 행사에 적극 참여한다. 어스 아워는 세계 환경 단체인 WWF(World Wide Fund’s)가 시작한 지구 살리기 운동이다. 개인·사업체·정부 모두 한 시간 동안 소등을 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지구 온난화 현상 방지에 참여하고 더욱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필립스는 아·태 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당 캠페인에 적극 참여, 한국을 비롯한 말레이시아·싱가포르·필리핀·호주에서 사무실의 일시 소등을 선언했다.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와 함께 기후변화로 인해 날로 뜨거워지는 지구와 생태계 파괴로 인해 점점 힘들어지는 지구촌 이웃의 삶을 생각해보며 전기 플러그를 뽑고 촛불을 켜자는 ‘2008 캔들 나이트’ 행사에도 참여했다.
◇친환경 조명노하우를 헬스케어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까지 확대=세계 에너지 소비량에서 조명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19%에 이른다. 오래된 조명을 고효율 에너지 조명으로 교체한다면 연간 1000억유로 이상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 5억500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가 가능해진다.
세계 유수 공항의 65%, 병원의 30%, 자동차의 35%, 사무실의 30%, 축구 경기장의 55%(2002년 한일 월드컵구장 중 70%)에 조명을 공급한 회사가 필립스다. 사람들의 웰빙 및 안전, 나아가 조명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조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필립스는 조명사업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헬스케어 및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까지 친환경적 접근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적인 조명 외에 의료 기기, 소비자 가전, 가정 및 개인 용품으로 구성된 친환경적인 제품군을 보유한 필립스는 최근 고유가, 고물가 시대를 맞아 환경은 물론이고 경제성까지 고려한 고효율 정수 시스템을 출시했다. 필립스의 정수기는 최대소비 전력이 25W에 불과하다. 매월 300∼500㎾h의 전력을 소비하는 가정이 정수기를 설치하면 타사 정수기 대비 매월 전기요금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
◆친환경 사례-월평균 40% 에너지 절감 ‘코스모폴리스’
필립스는 에너지 효율적인 도시 조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기존 솔루션 대비 에너지 효율이 혁신적으로 개선된 도로 조명 시스템 ‘코스모폴리스’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영국, 독일을 비롯한 전 세계 50여 도시가 해당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도 안양시가 기존 조명의 교체 시기에 맞물려 안양 경수산업도로(1번 국도 구간)의 도로 조명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안양시는 주요 간선도로 중 하나인 경수산업도로 호평지하차도 부근 가로등 1300기에 140W급 코스모폴리스를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현존하는 실외용 고압방전등 가운데 가장 효율이 좋은 백색 광원이라는 평가를 받는 필립스 코스모폴리스는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수은함량을 비롯한 유해물질을 최소한으로 포함하는 친환경 가로등이다.
유럽을 기준으로 구형 가로등시스템을 코스모폴리스의 최신 고효율시스템으로 교체할 때 연간 7억유로의 유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35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감소 또한 가능하다. 아시아 최초로 코스모폴리스를 도입한 안양시는 가로등을 교체한 후 250W 기존 고압나트륨(HPS) 조명을 사용할 때보다 월평균 40% 이상의 에너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맹독성 물질인 수은함유량을 최소화해 국제적인 환경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과천시 역시 정부종합청사 부근 중앙로에 설치된 가로등 250기의 250W급 나트륨 조명을 140W급 코스모폴리스로 교체했다.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 시범도시로 선정된 과천시는 201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과천시는 코스모폴리스의 도입으로 상당한 양의 전기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청정개발체제(CDM)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G프론티어-김태영 필립스전자 사장 인터뷰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볼 수 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할 때 환경 보존과 기업의 가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김태영 필립스전자 사장(56)은 환경을 보호하고 혁신적인 에너지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향후 기업 발전의 큰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필립스가 발표한 에코비전4 프로그램은 2010년까지 친환경 제품의 매출 비중을 회사 전체 매출의 30%까지 끌어올리도록 했다. 향후 5년간 환경 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를 10억유로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회사 내 에너지 효율도 25%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필립스의 친환경 제품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했다. 또 지난해 9월 발표된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평가지수(DJSI)에서 필립스는 4년 연속 지속가능성 성과향상을 달성했다.
“친환경 제품의 컨셉트는 간단합니다. 필립스는 에코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제품이 우리 삶에 가져다줄 수 있는 혜택을 최대한 누리면서 반대로 이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수은 등 유해 물질을 최소화한 차세대 가로등 ‘코스모폴리스’를 선보였다.
김태영 사장은 “코스모폴리스는 단기적으로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도 안전사고의 위험감소 및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에서 자유로워 지속가능한 에너지 비용 절약 방법을 찾는 지자체들에게 좋은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 장비를 예로 들었다. “MRI 스캐너 장비 무게를 16% 줄이면, 이에 수반되는 운송비와 설치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넓은 시야각을 확보할 수 있는 설계를 통해 희소자원인 헬륨의 사용을 줄입니다. 결과적으로 환경에 가해지는 부담을 32% 정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초기비용이 들더라도 환경과 에너지 절약을 생각한 제품을 처음부터 도입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얼마 전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와 서울과학대학종합원이 공동 주관한 제1회 기후변화리더십 과정을 수료했다. 기업이 이제는 더 이상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이 과정을 거친 그의 결론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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