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업계, 성장성·수익성 크게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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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산업의 선행 경기지표라 불리는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이 올해 들어 성장 정체와 수익성 악화 추세에 접어들며 크게 위축됐다. 성장을 견인했던 휴대폰·반도체 쪽에서 납품가 인하 압박이 거센데다 DDR3 메모리 반도체나 고성능 게임기용 시장 등 새로운 돌파구가 아직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LG마이크론·심텍 등 최상위권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적자를 탈피하는 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하반기에도 이렇다 할 신규 수요가 나타나지 않는 한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국내 PCB 업계는 성장성·수익성이 크게 둔화된 가운데 삼성전기·LG마이크론·심텍 등 상위권 업체들만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대표 강호문)는 지난 2분기 PCB 사업에서 3129억원의 매출액과 1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액은 지난 1분기에 비해 6%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5월 LG전자에서 PCB 사업을 공식 이관받은 LG마이크론(대표 허영호)은 상반기 두 달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연간 전체로는 3500억원 이상의 매출에 3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삼성전기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용 PCB에 집중해온 심텍(대표 전세호)은 올해 들어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고객사군이 탄탄한 덕분에 비교적 선전한 것으로 예상된다. 심텍은 지난 1분기 94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메모리 업체들의 극심한 판가인하 압력에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이 2%대로 떨어졌지만 하반기 들어 8%대의 이익률로 다소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위 3개사는 그나마 나은 실정이다. 시장 수요가 꾸준한 백색가전 제품용 PCB가 주력인 대덕GDS나 휴대폰용 고부가가치 PCB로 틈새시장을 개척한 비에이치(대표 김재창) 정도를 빼면 나머지는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 심지어 최근 증권가는 중견 이하 PCB 전문업체들의 기업 분석조차 손을 놓았다. 권성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요즘 PCB 업체들은 문의해 오는 투자자들도 거의 없다”면서 “삼성전기·LG마이크론·심텍의 상위 3개만 분석 대상으로 삼는 정도”라고 말했다.

 문제는 하반기다. PCB 시장이 판가 인하가 극심한 휴대폰과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반도체에 집중된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DDR3 메모리 반도체나 고성능 게임기용 PCB 등 이른바 차세대 하이엔드급 시장도 아직은 낙관하기 어렵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기업 계열사들이나 극소수 선발 기업을 빼면 하이엔드 PCB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PCB 업계 전체로 하반기에도 외형(매출액)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이익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안석현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