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터진다. 이번에는 대형사고다. 대상은 국내 최대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옥션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정보가 유출된 개인이 1000만명을 훨씬 넘는다. 이 중 일부는 이름과 아이디 등 부분 정보만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더욱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보이스 피싱 등을 이용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해킹의 대상이 된 옥션은 사건 발생 처음부터 해킹 사실을 알리고 회원 스스로 정보 유출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사건을 은폐·축소했던 과거 사례와는 다른 모습을 일부 보였다.
지난해 1월에 국내 굴지의 인터넷 게임인 리니지2의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됐었으며, 11월에는 대형 은행이 고객 정보를 유출당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국내 최대 포털도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가 새나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쉴새 없이 해킹사고나 시스템 침해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안전을 자랑하는 청와대도 최근 2월에 웜바이러스에 의한 해킹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부의 안보 관련 여론 동향, 보고서 작성 매뉴얼과 보고서 등 일부 자료가 유출됐다는 사실은 정보보호 기업인의 한 명으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도 국내 해킹사고 접수 처리는 2만1732건으로 2006년도의 2만6808건보다 18.9% 감소했고, 올해 3월까지 해킹사고 발생건수도 42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594건보다 56%나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 해킹 시도는 점차 감소하고 있으나 요즘의 추세는 경제적 이익을 노리는 대형 해킹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시만텍 보고서는 유출된 개인 정보나 기업 정보가 이른바 지하경제서버(언더그라운드 이코노미 서버)에서 카드 인증번호나 신용카드번호는 1∼6달러, 은행계좌나 신용카드,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등을 포함한 세부 정보는 14∼18달러에 거래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듯 편취된 개인정보가 해커에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니 갈수록 불법적인 해킹 활동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도 그렇듯이 정보보호의 중요성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국민이 비로소 관심을 보이는 후발 투자의 성격이 보편화돼 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다행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넘어가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해프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고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고객의 개인 정보를 관리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회원 유치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가는 기업들은 당연히 자사가 확보한 고객의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CEO들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투자가 단순 비용이 아닌 기업 비즈니스의 보이지 않는 성장엔진이라는 인식을 항상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관리를 적정하게 규제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서둘러 대형 포털이나 게임·금융 등 개인 정보가 유출되기 쉬운 대상들은 최소한의 정보보호관련 시스템과 장비를 의무적으로 구축하고 정보보호담당관을 지정해 철저히 보안을 지킬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인터넷환경을 이용하는 우리 국민들은 평소에도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신이 가입한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개인 PC에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의 정보보호 생활화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해킹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기관과 이를 이용하는 국민 개개인이 평소 정보보호를 생활 주변에서 실천하는 마음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안 사고를 100% 예방할 수 없고 그로 인한 피해 또한 100% 복원할 수 없다면 정보보호를 생활화하는 예방적 행동이 제2, 제3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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