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춤, 음악은 민족정신이며, 시대사상이고 곧 우리의 삶 그 자체다. 60·70년대 팝송만이 노래인 줄 알고 살았던 시대를 지나 조용필·서태지 같은 아티스트의 등장으로 우리는 우리 음악에 자부심을 갖게 됐고, 이후 한류라는 국경을 뛰어넘는 문화적 현상도 경험하게 됐다.
음악산업은 대한민국의 문화 콘텐츠 상품과 결합해 세계 시장을 두드리는 힘이며 국가 미래 성장 산업 동력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외국곡의 번안이거나 리메이크 곡이 대다수다. 온 국민이 흥얼거리는 최고 히트곡이 이 같을 때는 음악산업 종사자로서 마음 한편에서 씁쓸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우리나라 음악산업이 보여주는 구조적 병폐가 와닿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음악시장은 빈사 직전이다. 고된 창작의 시련보다 모방과 번안을 택하는 이유는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대박이 나더라도 예전만 훨씬 못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생존 전략이다.
창작을 포기하려는 작곡가와 가수보다는 얼굴 알려서 돈되는 연기자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MC로의 전직만을 염두에 두는 풍토에서는 우리나라 음악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일례로 지난해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SG워너비의 음반은 고작 15만장이 팔렸다.
음반의 빈자리를 온라인, 모바일에서 판매되는 디지털 음악이 대체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은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불법 음원 시장 규모가 합법적인 거래 시장 크기를 4배 초과하는 아이러니는 이성과 논리로써 설명할 방법이 없다.
불법 음원의 범람은 창작 의지를 꺾는 중요한 요인이고, 이는 소비자인 우리에게 빈한한 콘텐츠라는 부메랑이 돼서 다시 돌아온다.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문화 콘텐츠 산업이 미래 지향적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환경 마련이 절박하다. 이런 문제 인식 하에 지난해 발효한 저작권법과 새 정부의 강력한 의지는 업계에 한줄기 희망이다.
이런 법적·제도적 정비와 함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 주무 부서와 관련 단체, 업계가 함께 하는 국민협의체 성격의 불법음원근절국민운동본부(이하 ‘불끈운동’)의 활동이다.
이 운동은 우리 생활 속에 만연한 불법 콘텐츠 소비라는 행태를 바꾸기 위해서는 단속 활동과 동시에 꾸준한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가까운 일본은 불법 P2P 서비스로 곤경에 처했다가 24시간 불법 음원 단속 시스템과 캠페인을 통해 대대적인 개선과 시장 질서 확립에 효과를 이뤄냈다. 우리나라의 저작권 보호 인식이 일본에 비해 뒤처져 있는만큼 가요 산업의 회복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업계 스스로가 인식 개선에 나선 것이다.
불끈운동은 향후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의 활동을 역할 모델로 삼아 세계적 수준의 저작권 문화 선진국으로 우리나라가 도약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IFPI는 국경의 영역을 넘어 창작자의 소중한 창작 활동의 산물이자 재산인 저작권 보호를 위한 단속 활동을 펼쳐왔다. 이와 동시에 호주·이탈리아·아일랜드·홍콩·네덜란드 정부와 연계해 어린이들 대상의 합법적인 콘텐츠 사용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업계 스스로가 시장 자정노력을 함으로써 건전한 시장 질서와 콘텐츠 향유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우리나라의 음악산업은 한마디로 식물인간 상태다. 하지만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기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지속적인 노력을 꾀하고 있다.
그릇된 디지털 콘텐츠 소비문화를 일대 쇄신해 근본적인 산업 풍토가 바뀐다면 우리는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건전한 시장질서에서 나온 풍부한 콘텐츠는 우리의 문화를 풍족하게 하고, 문화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박광원 엠넷미디어 대표. antoniopark@cj.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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