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로봇 분야에 막대한 국가적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는 미국·일본과 같은 로봇 선진국의 연구자들도 부러워할 만큼 대대적이고 세계적 규모였다. 로봇 R&D 사업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로봇특별법 제정, 로봇윤리헌장 제정, 국민로봇 시범사업 전개 등 법·제도 및 인프라도 훨씬 앞서 구축했다. 로봇 업계도 우리나라가 세계 3대 로봇강국이 되는 장밋빛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했다. 문제는 지난 정권에서 부처마다 독립적이고 다소 경쟁적으로 로봇 개발을 추진하면서 중복성 시비 및 연계성 부족 등 R&D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미흡한 면이 없지 않았다는 점이다.
옛 산자부는 전략기술·성장동력·프런티어·중기거점·차세대 신기술의 5개 사업에서 21개 대과제를 진행했다. 옛 정통부는 네트워크 로봇을 테마로 로봇 콘텐츠 개발 환경 등 15개 대과제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사업의 틀에서 진행해 왔다. 로봇기술 통합 로드맵을 만들면서 일부 공조체제를 보이기도 했지만 각론으로 가면 역할 분담이 제대로 안 되는 사례가 있었다. 특히 R&D 사업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학회·조합·협회 등이 부처별로 따로 결성돼 전략적 구심점을 찾기 어려웠다.
새 정부 들어 로봇 사업을 주관하는 산자부와 다소 불편한 관계였던 정통부가 지식경제부로 통합되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리할 시기를 맞게 됐다. 물론 로봇 관련 부처의 단일화가 차세대 로봇산업의 비전을 밝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국가 주도의 로봇산업 활성화 전략이 급물살을 탈지 아니면 시장형성 초기단계의 로봇 분야가 실용주의를 내세우는 경제 전략에 밀려 된서리를 맞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로봇 산업인들은 앞으로 단합된 힘으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국가적 집중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기술 축적이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데 미적거리는 지능형 로봇 분야를 향한 비판적 시선이 없지 않다. 또 정권 교체기를 거치면서 로봇 분야의 명확한 비전이 아직 정립되지 않아서 업계 분위기가 가라앉은 느낌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기술은 분명 차세대 먹을거리를 제공할 신산업을 열어갈 열쇠이자,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핵이 될 기술임이 분명하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미래 6대 기술에 로봇 무인화 기술이 포함된 사례를 볼 때도 시장이 초창기며 민간 기업의 투자리스크가 큰 로봇기술은 국가 주도의 로봇 R&D가 필요한 시기임이 틀림없다.
지난 5년간 다져놓은 기초 위에 우리 로봇산업이 성장 도약하려면 지금부터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그동안 흩어져 있던 R&D 역량을 한데 모아 단순 전시성이 아닌 진정 국가의 차세대 먹을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추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각 부처에서 다소 경쟁적이고 산발적으로 추진해온 로봇R&D 사업을 더욱 효율적으로 정비하도록 연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각 사업의 방향을 공급자 중심의 R&D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기술목표 설정과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물론 이전의 서로 다른 부처에서 독립적으로 출발한 각 R&D 사업을 하나의 틀로 조율하는 일에는 기술적으로 많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실용경제를 표방하는 신정부의 정책을 고려할 때 그동안 칸막이 구조로 돼 있던 로봇 R&D 사업을 대폭 정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일사불란하게 사업성과를 극대화하는 통합 R&D 체계로 전환하는 노력을 통한다면 막 걸음마를 시작한 우리의 지능형 로봇산업은 2단계 도약을 하게 될 것이다. 세계 3위의 로봇강국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려면 로봇인 스스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로봇 분야의 국가 R&D 체계를 혁신하고 새로운 통합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허심탄회한 협력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고경철 선문대 교수 kckoh@sunmo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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