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中企 글로벌화’ 선택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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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수명은 다른 생물체처럼 생로병사의 주기를 걷는다. 빨리 자라고 왕성한 젊음을 오랫동안 누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핵심 역량에는 독보적인 기술, 차별화된 서비스, 원가 경쟁력 등이 있지만 간과할 수 없는 요소가 바로 글로벌 역량이다.

 나는 대기업 근무시절 해외 영업을 담당, 전 세계 MNC(Multi-National Company)를 상대로 세일즈 활동을 한 적이 있다. 다민족 강소국인 싱가포르에 주재하며 상인 중의 상인인 일본, 중국, 인도 사람과 살을 맞대고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다. 다양한 인종과 피부색의 국민은 각자의 문화와 종교 생활을 아무 불편 없이 영위하며 상대방 풍습과 사고방식을 존중하고 실용을 위해 일치 단결하는 모습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퇴직 후 중소기업에 몸을 담고 일하며 여러 가지 차이점을 느끼지만, 그중 하나는 글로벌 역량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깔아놓고 활동하는 대기업에 비하면 우리 중소기업들은 국제 전화가 걸려 와도 당황하는 사례가 많다. 강한 기업의 핵심 역량은 자신의 분야에서 가진 강점을 토대로 세계를 상대로 활동하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바깥 세상과 단절돼 있다는 것은 곧 단명을 뜻한다.  일본과 대만 그리고 멀리 독일을 보더라도, 규모는 작지만 많은 수의 강한 중소기업들이 포진해 세계를 상대로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글로벌 역량을 갖추기 위해 인재 양성이 가장 시급하다. 열악한 경영 환경에서 대기업처럼 인력의 해외 파견이나 연수는 꿈도 꾸지 못할 수 있다. 고작 사내외 외국어 과정을 운영해 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해외에 제조 거점을 확보했지만 세계 시장에서 절대적인 강점과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을 보장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제조·판매뿐만 아니라 구매도 지구 구석구석을 찾아서 품질 좋고 가격과 납기가 우수한 경쟁력 있는 자재를 사야만 한다. 사람도 해외 현지에 파견해야 하고 현지인을 뽑아 그 나라 실정에 맞게 키우고 일을 시켜야 한다.

 갈 길이 정말 먼데 시간과 자금이라는 족쇄에 항상 걸리게 마련이다. 특히 사람을 키우는 일은 제품이 나오듯 단기간에 되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

 문제 해결은 가까이에서 쉬운 일부터 하면 풀리는 경우가 많다. 주변을 살펴보면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우선 해외 시장 개척 측면에서 보면 KOTRA의 중소기업 수출지원단 제도, 중소기업청의 무역촉진단, INKE(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6월에 출범하는 글로벌네트워크재단이 있다.

 나도 활동한 적이 있었던 KOTRA 수출지원단이나 무역촉진단은 어제의 수출역군들이 오늘 다시 모여 축적된 경험과 연륜으로 유망 중소기업의 제품을 세계 무대에 소개하고, 바이어를 발굴하며 협상을 돕고 대금 회수까지 전 과정을 도움받을 수 있는 조직이다. 중소기업은 백전 노장을 활용해 세계를 무대로 뻗어 …나갈 수 있다. 수출 전문위원이나 무역촉진 단원들은 소중한 경험을 활용해 국가 경제 발전에 다시 한 번 공헌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INKE는 해외에 거주하며 비지니스를 하는 한국인이 조국의 유망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현지에서 돕는 일을 한다. 현지 시장의 정보에 밝고 두터운 현지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재단은 인력과 마케팅력 부족으로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국내외 학계 및 정부기관과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조직 외에도 해외에는 주재원으로 파견돼 임기를 마치고 현지에 정착한 비즈니스맨도 많이 있다. 주재 활동 기간 중 습득한 노하우와 인맥을 활용한다면 이들도 현지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손과 발이 될 수 있다. 세계 각지에 뿌리내려 크고 있는 인력을 현지 공관이나 KOTRA에서 조직적으로 관리, 양성해 큰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아닐까.

 이성철 에스맥 사장sclee@s-ma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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