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걱정되는 MB노믹스

 정치에 콧방귀 뀌는 사람도 정치가 가져다 주는 영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치행태가 못마땅할 뿐이지 정치권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18대 총선이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줬다.

 총선 결과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유권자의 절반도 참여하지 않은 무관심 속에서 국민은 대선과 마찬가지로 경제성장을 택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경제 대통령의 집권이 시작된 지 두 달도 못 돼 국민의 지지도는 크게 떨어졌다. 총선 공식으로 나타난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한나라당(153석)-친박(34석)=119석’이다. ‘친이’와 ‘친박’으로 분열된 여당에서 대통령의 추락하고 있는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결국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 확보는 전 정권의 ‘실정 후유증’이 빚은 반사적 결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반면에 지도자로서 MB는 실망스러운 점수를 얻었다. 이제 표심에 남은 것은 ‘MB노믹스’뿐이다.

 인기 하락을 느끼는 지도자는 무리수를 두게 마련이다. 치적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려 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5년의 ‘보험기간’에도 차분한 정책적 성과보다 보이는 결과에 우선한다. ‘처음의 마음’보다 ‘처음의 인기’에 연연한다. 김대중 정권의 벤처 버블이 그랬다. 검은돈이 오가는 ‘벤처 게이트’가 연이어 터지면서 인기 하락뿐만 아니라 정권의 정당성마저 상처를 입었다. 치적을 쌓기보다 오히려 쌓아온 성과를 갉아먹는 역효과를 유발했다.

 노무현 정권의 IT 버블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의 인기를 등에 업고 청와대에 입성한 그로서 IT산업 육성은 성장산업에 명분까지 얻는 일거양득의 정책이었다. 하지만 시장 없는 산업진흥은 헛돈만 낭비하고 말 많고 탈 많은 ‘실속없는 정책’으로 끝났다. 정책은 대통령 보고를 위한 단순 ‘문서’일 뿐, 실행이 없었다. ‘IT839’는 지금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은 뒷전이고 온라인게임을 두고 문화부와 정통부의 치열한 싸움이 이어졌다. 대통령만을 위한 정책이 5년간 계속됐다. 그 기간 동안 최고의 인재가 모였다는 중앙부처의 공무원들의 일이란 내용과 상관없는 ‘잘 포장하기’였다.

 MB정권이 들어섰다. 한반도 대운하를 필두로 한 ‘MB노믹스’는 ‘반노(반노)정책’과 맞물려 있다. 건설과 제조업 등 전통산업이 업그레이드된 신성장산업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쪼들리는 살림에 신성장이든, IT든 국민은 상관없다. 경제가 성장된다면, 세금을 조금 덜 낸다면 ‘장땡’이다. 그 사이 한마디 말 못하고 희생양이 된 것이 IT산업이다. 표면적으로는 전통산업과의 융합이지만 주력에서 한참 밀려 있다. 해체된 IT의 부속물들이 어디에서 재활용되고 있는지 찾기도 쉽지 않다.

 MB정권 역시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면 문제다. 임기 내 ‘경제성장’의 길에 함몰돼 조화와 균형을 잃은 절름발이 산업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다. MB노믹스마저 정치와 마찬가지로 분열돼 ‘왕따’산업을 낳는다면 큰일이다. 신성장도 산업이고, IT도 산업이다. 지금껏 공들인 산업진흥의 결과를 노무현 정권의 잔재로 여겨 청산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산업의 가치를 정치의 잣대로 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경우부장@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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