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통폐합 대상이 된 통일부·해양수산부 등을 비롯해 부처마다 인원과 직제 조정 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고통은 작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능력 있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국민은 크게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 및 안전관리 분야의 정부조직 개편 방향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해 왔던 다양한 문제점의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단순히 일부 기능의 이관 조정만으로 마무리되고 있는 것 같아 이에 문제점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2004년 참여정부 초기에 국가 차원의 재난관리를 총괄하기 위해 소방방재청이 출범했으나 13개 부처, 90여개 법률로 유사·중복·분산된 재난 및 안전관련 법령체계, 유사조직 등의 정비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과거 행자부 민방위통제본부의 자연·인적재난, 소방 등 한정된 기능만을 갖고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
차관급으로 출범한 소방방재청은 지방에 대한 지도·감독 기능이 없어 총괄 지휘기능이 미약했고 부 단위 기관에 대한 평가 및 총괄·조정 등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한계에 직면했다. 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자부 장관)과 차장(소방방재청장)의 소속기관이 달라 하부조직 간에 업무중복, 업무처리 지연 등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직 개편 논란이 지속돼 왔다.
인수위에서는 이러한 문제점과 관련, 재난 예방·대처 및 비상대비 기능 등을 통합해 행자부를 행정안전부로 전환한다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통합된 업무는 국가비상기획 기능의 일부분에 그쳐 재난 및 안전관리 법령체계 정비, 각 부처로 분산된 재난관리 기능의 통합 등에 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인수위에서는 소방방재청의 기능을 현행과 같이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에 따른 국가 재난관리 체계상 몇 가지 심각한 모순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총괄조정기관의 이원화가 우려된다. 소방방재청은 과거 행자부 민방위 통제본부의 기능을 보강해 발족시킨 국가 재난관리 총괄기구다. 따라서 대부분의 업무가 청 단위 집행업무가 아닌 정책개발, 부처 간 업무조정 등 총괄기능을 수행하도록 돼 있다. 행정안전부가 재난정책 총괄기구로 새롭게 태어난다면 재난 총괄기능이 두 개의 기관으로 이원화될 수밖에 없다.
둘째, 지휘체계의 혼선이다. 지금까지 재해 발생시 소방방재청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을 설치·운영하고 일선 자치단체에 각종 지침을 시달하는 등 지휘체계를 유지해 왔다. 앞으로 이러한 기능은 안전을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에서 보다 강력한 지휘체계를 구축, 직접 수행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비효율적 조직운영이다. 인수위가 제시한 정부조직 개편 방향은 기능 위주로 재편, 중복기능을 없애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행정안전부에 기존의 소방방재청과 기능이 유사한 중복조직을 신설하면 유사 중복업무가 두 개 기관에서 동시 수행됨으로서 업무혼란, 조직 간 갈등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원화가 우려되는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재난 총괄업무는 현재의 소방방재청으로 일원화해 독립기관으로써 위상을 강화시켜 나가는 반면에 조직개편 시안의 행정안전부는 안전정책 기능이 없는 행정자치부로 환원시켜야 하는 방안이다.
다음은 행정안전부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범정부 차원의 총괄·조정 기능이 대부분인 재난업무는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고 나머지 화재진압·긴급구조 등 소방업무는 특정 분야로서 독자적 업무수행이 가능하므로 일반 행정 분야와 상이한 조직문화 특성에 맞게 가칭 소방청으로 개편, 행정안전부 산하 외청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kuchul@ho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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