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회로기판(PCB) 산업은 30년이 넘은 국내 전자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으로 자리 매김했다. 또 90년대 들어서는 세계 4대 제조 강국으로 성장하면서 반도체·휴대폰·LCD 등 한국 전자산업을 끌어가는 제품 개발은 물론이고 수출 경쟁력에도 한몫해왔고 향후에도 주도적 산업군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PCB 산업은 2000년대 들어 일본 중심의 아시아권 공급 체제가 형성되면서 급격한 시장환경의 변화를 맞았다. 특히 중화권(중국·대만) 업체들의 대량 생산을 통한 저가 공략으로 아직은 시장 경쟁력이 취약한 한국 PCB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고 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런 급격한 세계 PCB 산업의 시장환경 변화에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 PCB 산업의 경쟁력은 아시아 4용에서 뒤처질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체의 위기가 올 수 있다.
최근 세계 PCB 생산을 보면 아시아가 85% 정도를 공급할 전망이고 올해가 지나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돼 90%에 육박할 수도 있다. 또 기판 제조업체를 둘러싼 전·후방 산업군도 아시아를 중심으로 환경이 변화돼 이제는 아시아 4용이 세계 PCB 산업군을 모든 부문에서 선도하고 치열한 경쟁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나 또한 20여년 기판제조 중소기업의 CEO로서 많은 어려움과 급격히 변화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결단을 수없이 해왔다. 그때마다 느끼는 생각은 이제는 국내 PCB 산업이 과거 방식의 경쟁에서 탈피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능동적 경영으로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국내 업계가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경영스타일을 버리고 기판 제조업체를 둘러싼 전·후방 산업군과 신뢰가 동반된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동종 업체 간 최소한의 신의와 지켜야 할 룰을 과감히 변화시키지 않으면 아시아 4용에서 뒤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산업계 전체의 공멸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맞이할 수 있다.
새해 들어 세계 PCB 산업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고 노력 여하에 따라 위기가 기회로 변해 제2의 도약뿐만 아니라 성장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에 평소 중소기업의 CEO로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면 국내 기판제조 업체도 이제는 제살 깎기식의 마케팅에서 벗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각사가 갖고 있는 강점을 최대한 살려 제품·거래처 등의 다원화 전략을 펼쳐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원자재·설비 등 전·후방 산업계에서도 기판제조 업체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세트 업체들도 취약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전·후방 산업체의 처지를 고려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상생의 파트너십을 배려해야 한다.
지금의 세계 PCB 산업계는 무한경쟁 시대로 더 이상 과거처럼 국산제품 애용이라는 구호는 통하지 않는다. 이는 국내 PCB 산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무한경쟁에서 발전과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경쟁국과 기판 제조업체들이 동등한 상황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 PCB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 대응해야 하다. 정부 역시 기판 산업계가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관세 등의 시장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 세계 기판시장을 주도하는 대기업이 더 나와야 하고 대만과 경쟁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많은 중소 업체가 배출돼 세계 시장에서 강한 경쟁력과 체질을 갖추어야 한다.
2008년은 한국 PCB 산업계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PCB 산업계 전체가 ‘우리’라는 인식하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서로 용기를 주어야 한다. 그러면 올 한 해 국내 PCB 산업은 틀림없이 비상할 것이다.
안재화 세일전자 사장 jhahn@seilpc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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