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정통부 해체, 그 이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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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부가 사형 선고를 받았다. IT산업 정책은 지식경제부로, 전자정부 기능은 행정안전부로, 디지털 콘텐츠는 문화부로, 기술 R&D는 교육과학부로 이관될 것이라고 한다. 모 전직 장관의 표현대로 사지가 찢겨 능지처참당할 운명이다. 나아가 통신정책은 신설 방송통신위원회에 맡겨지고 120년 전통의 우정사업본부는 공사화된다니, 머리는 효수되고 몸통은 버려지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대역죄를 범한 게 분명하다.

 국회에서의 부결을 기대하며 석고대죄해본들 이젠 늦었다. 압도적인 백성의 지지로 등극하는 새 임금이 조정을 쇄신하겠다는데 일부 중신의 저항이 무슨 큰 효력이 있으랴. 사실 누명을 쓸 가능성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성숙단계에 접어든 IT, 포화상태의 통신시장, 모든 부처의 관심사가 된 디지털정책은 오히려 정보통신부의 존속에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 이미 5년 전, ‘중복의 비효율성보다는 경쟁의 생산성을 위해 정보통신부를 존속시키자’고 결론지었던 당시 당선자와의 대화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래서 불안했던가. 그동안 정보통신부는 신성장동력, 전자정부, 디지털콘텐츠 영역을 놓고 타 부처와 신경전을 벌였고, 방송위원회에는 작은 양보도 없었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 상소가 빗발쳤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IT강국을 건설했다는 자부심은 가끔씩 과욕과 권위로 비쳐졌고, 시장 규제정책과 가계통신비 부담도 불만이 되곤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거늘, 결국 그것이 원죄가 된 셈이다.

 그러나 과연 극형에 처할 죄목이었던가.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무대, 디지털경제사회, 기술융합시대, 미래정보문명을 위한 개혁 주도를 누가 감히 비효율을 생산한 반역이었다고 단죄하는가. 국민들 가슴에는 긍지를 심고 국가 생산성과 삶의 편리성을 드높인 일등공신을 왜 죽이는가. 정보통신일등국가의 비결은 바로 정보통신부의 존재였음을 모르는가. 무모하다. 통탄할 일이로고!

 눈물을 거두며, 나는 이번 정보통신부의 해체 결정을 ‘명예로운 퇴진’이라고 한껏 찬양하련다. 성공적으로 책무를 완수한 부처로 인정받은 까닭이라 믿겠다. 또 컨버전스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경제 행정 문화 방송 부처들이 IT 두뇌를 앞다퉈 모셔가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수위는 이 나라의 종묘사직을 찬탈하는 못된 권력집단이라고밖에 달리 해석이 안 되는 까닭이다.

 좋다. 법대로 하라. 단, 몇 마디만 남기자. 첫째, 융합을 위한 조정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라. 통신과 방송만의 합병이 아니다. 융복합은 기술대세요, 경제성장 동력이요, 신 사회건설 촉진제요, 미래국가관인 까닭에 포괄적 지혜를 요구한다. 둘째, IT 정책가를 우대하라. 몇몇 부처의 ‘제2의 인수위’들 안에 전리품을 노획한 듯한 분위기가 있다면 안 될 말이다. 성공의 노하우를 배우고 디지털 부처들로 발돋움하라. 셋째, 학계와 산업계의 의견을 경청하라. 혼란이 극심한 지금이 새 질서를 잡는 적기다. 정책과 규제와 연구기능의 능률적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난 전산학과를 거쳐 산업공학과 경영정보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그래서 전공이 모호하다고 늘 부끄러워 했다. 경력 역시, 통신기술을 연구하다 귀국해 기업에서는 소프트웨어, 대학에서는 정보화, 국책연구기관에서는 정보통신정책개발을 책임진 적이 있다. 매우 다양했던 셈이다. 그러나 다행히 IT라는 종합 학문적인 용어가 등장했고, 90년대부터는 누가 물으면 ‘난 IT 전공이며 정보통신부와 친하다’고 말할 수 있어 좋았다. 근데 다시 난망해졌다. 앞으로는 또 어찌 대답할꼬! ◆이주헌 한국외대 교수·前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jhl10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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