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차기정부의 SW인력 양성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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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년동안 정보기술(IT) 제품의 성능은 향상됐고 가격은 매우 저렴해졌다. 그 결과 이제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IT에 의존하게 됐다, 전투기 기능의 80%가 소프트웨어(SW)에 의존하며 휴대폰나 자동차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식 기반 사회 4만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IT 인력 양성정책이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만 한다.

 오늘날 컴퓨터공학 인력 양성은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

 첫째, 대학 연구제도에 문제가 있다. 현재 대학은 SCI 논문 수로만 연구 실적을 평가하도록 제도화돼 있다. 논문 수가 많아야 졸업·취직이 되며 연구비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다 보니 논문 수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분야의 연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수와 학생이 개발이나 실험은 뒷전이고 (논문을 많이 쓸 수 있는) 이론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다. 연구 평가는 논문 수보다 영향력 위주로 바꿔야 한다. 또 국내 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된 논문에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교육 문제다. 컴퓨터공학부에는 다양한 요구사항이 있다. 기초 이론교육 강화, 산업체가 원하는 전문인력 교육 강화, 국제화 등이 그것이다. 서울대는 최근 외국 석학에게서 이론적인 분야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컴퓨터는 아직도 젊은 분야라서 새로운 분야가 꾸준히 탄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 이론교육을 꾸준히 보강해야 한다. 현재로선 학부에서 개설할 수 있는 교과목 수에 상한선이 있다. 따라서 대학이 새로운 교과목을 개설하려면 기존 과목을 줄여야만 하는 형편이다.

 정부는 대학교육을 평가하기 위해 한국공학교육인증(ABEEK)과 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교수와 학생의 부담이 너무 크다. ABEEK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미국 대학의 경우 행정직원 수나 시스템이 선진화돼 있어 직원이 모든 자료를 작성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대학은 이러한 행정 인프라가 없어 ABEEK가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 한다.

 둘째, ABEEK는 공개SW를 평가 항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ABEEK 때문에 대학에서는 공개SW를 교육할 수 없게 돼 있다.

 셋째, 보상·지원과 연계되지 않은 채찍 일변도의 평가 시스템은 대학교육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이미 교수는 논문과 각종 평가 등 과도한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국제화다. IT는 국경이 없다. 따라서 컴퓨터공학 교육에서 국제화는 매우 중요하다. 교육의 국제화를 위해 외국인 교수가 많이 채용돼 강의를 해줘야 하고 학생이 외국 현장을 견학할 수 있는 제도 등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는 대학만의 힘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수다. 2000년을 전후해서 미국의 컴퓨터공학 전공 학생 정원은 일률적으로 두 배 정도 늘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한국은 서울대를 포함한 우수 대학의 컴퓨터공학부 정원이 절반 혹은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정부와 대학이 컴퓨터공학부 정원을 줄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컴퓨터공학 전공 정원을 조속히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우수한 교육을 시켜도 우수한 학생이 지원을 안하면 아무 소용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컴퓨터공학의 인기는 급속히 하락했다.

 컴퓨터공학을 기피하는 이유는 일찍 직업 수명이 끝나고 적절한 보상이 따라주지 않아서다. SW는 가장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전문지식을 재충전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 직업 수명 연장을 위해 교육 인프라가 필요하다.

 정부는 SW 분야의 직무·역할·역량·자격·활용·보상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고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공개SW활성화포럼 의장 kernkoh@oslab.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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