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명품이 빛을 발하는 이유

 IT제품도 명품시대다. LG전자가 연초에 선보인 ‘프라다 폰’은 유럽 현지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인기다. 뒤 이어 삼성전자도 10월 아르마니폰을 출시하며 이탈리아 명품 1번지 이탈리아 밀라노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에 IT명품관을 오픈했다. 그리고 지난 6일 LG전자의 명품 폰 시리즈 2탄인 ‘랩소디 인 뮤직폰’이 모습을 드러냈다. ‘랩소디 인 뮤직폰’을 명품 반열에 올려도 손색이 없는 이유는 세계 오디오계의 최고 명인으로 꼽히는 마크 레빈슨 때문이다. 불과 25세에 설립한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스(MLAS)’는 최고 오디오 회사의 대명사로 통한다. 국내 유명 뮤지션도 그와의 작업을 ‘영광’으로 생각할 정도니 가히 짐작이 간다.

 비단 휴대폰뿐만이 아니라 IT업체가 ‘명품’을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이들 제품은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잘 팔리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뿐 아니라 유통업체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명품 열풍이 시비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 위축 등으로 갈수록 취업문은 좁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가에는 소위 ‘취업 명품 동아리’가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어 토론은 물론이고 기업과 다양한 연계 활동을 통해 수준을 업그레이드한다. 이른바 ‘신이 내린 직장’에 다수 합격하는 등 명성을 떨치고 있다니 학생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한 단순 취업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성과는 분명 학생이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엄격한 선발 규정으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도 있지만 극심한 취업난 속의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어찌 보면 청년실업자가 넘쳐 나는 시대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고 먼 나라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3D 업종이라고 거들떠보지 않은 지 오래고 그 자리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캠퍼스에는 낭만이 사라지고 ‘정글의 법칙’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취업을 위해 대학을 휴학하는 학생인 ‘대학 둥지족’이 넘쳐난다.

 산업계 전반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이공계 학생은 부족하고 진학 기피 현상까지 더해지니 인력 수급의 ‘빨간 신호등’은 이미 켜졌다. 필요한 인력을 이제는 수입해 채용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거창한 아웃소싱의 문제가 아니라 ‘인력 공동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때마침 산업체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지역 대학이 나섰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IT산업 침체로 유사 학과 통폐합에 나섰던 대학이 IT 특성화 학과를 잇따라 개설, 인력 양성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충북과학대는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증설에 따른 안정적 인력 수급을 위해 반도체 전문학과를, 행정복합도시에 세워질 고려대 제3캠퍼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을 아우르는 IT대학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계명대는 외국어 전용학부에 마이크로소프트 IT학과를 개설해 인력 양성에 힘을 보태며 영진전문대학은 나노초정밀기계 전공반을 운영할 방침이다. 경상대와 창원대는 ‘보이지 않는 IT 집합체’로 불리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조선공학과를 신설함으로써 지역 조선업계의 인력난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IT기업에는 이런 학과야말로 보배다. 기업에 필요한 초·고급 엔지니어를 양성, 공급해 주니 더할 나위 없다. ‘명품학과’라고 지칭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명문대학 출신보다 명품학과 졸업자가 더 대우받는 사회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말 그대로 명품은 그 가치를 한다. 그 가치는 남이 아닌 내가 만들어 가야 진정한 빛을 발한다. 장인의 숨결과 혼이 담긴 그 명품이 그래서 더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임지수 온라인/탐사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