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칼럼]남중수 사장 연임과 KT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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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우리 사장님 잠은 언제 주무시는지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KT 임원들은 이제 충분히 적응됐다. 업무시간 외의 간단한 보고는 e메일이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사용한다. 보내면 곧바로 답신이 도착한다. 한밤중이나 꼭두새벽을 가리지 않는다. 자정 넘어 송신한 메일 보고라면 몇 시간 후인 새벽에 지시사항이 날아온다. 커뮤니케이션의 질과 속도, 일에 관한 열정이 정확히 ‘메가패스’, 빛의 속도다. KT임원들은 앞으로도 3년간 이런 스피드에 리듬을 맞춰야 한다.

 남중수 KT 사장이 민영화 이후 첫 연임 CEO가 됐다. 사장추천위원회가 구성돼 자율적으로 선임했다. 내년 2월 정기 주주총회 관문만을 남겨놓고 있다. KT로서는 이제야 ‘진정한’ 민영화 체제에 들어선 셈이다. 남 사장의 연임은 그래서 분석해볼 만한 ‘사건’이다.

 ‘남중수 CEO’는 언듯 정치학 전공자로 보인다. 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듀크대에서 공부하고 MIT 경영학 박사를 했다. 삼성 공채에 합격했지만 80년대 초 최광수 장관 비서관으로 출발했다. KT에서 요직을 두루 섭렵하고 KTF 사장을 거쳤다. 이쯤되면 글로벌 톱클래스 수준의 이력이다. 전공은 비즈니스가 분명하고 그 길로 KT 연임 사장이 됐다. 하지만 그는 CEO의 또 다른 자질, 즉 ‘정치적 매력’을 갖고 있다. 갈등을 통합하고 커뮤니케이션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이 정치라면 사람들은 남사장에게서 그 같은 모습을 떠올린다. 딱딱하고 권위적인 엘리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털털하고 대하기 편한 인상을 심어준다. 친화력과 흡인력이 만만치 않다. 늘 먼저 다가설 준비가 돼 있다.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이를 통해 ‘혁신역량’을 키우고 조직을 변화시켜 비전을 좇게 만드는 솜씨도 인정받는다.

 그럼에도 남중수 1기 체제는 절반의 성공이다. KT의 소프트파워는 배가 됐다. 콘텐츠 등 다양한 컨버전스 시대를 대비한 M&A가 잇따랐다. 먹거리 준비를 착실히 했다. 조직문화도 달라졌다. 민영기업으로서의 틀까지 갖췄다. 그러나 외형적 기업가치를 보면 답답하다. 매출은 2005년 11조8000억여원에서 정체돼 있다. 올해도 12조를 넘기진 못할 것이다. 순익 역시 2005년 1조원 수준에서 묶인 채 연말을 맞고 있다. 물론 초유의 경쟁환경과 옥죄는 규제 속에 그 정도면 ‘선방’이란 평가가 대부분이다. 또다른 초일류기업 SK텔레콤도 비슷한 처지고 통신업계 전반의 쇠락을 감안하라는 논리이다.

 중요한 것은 KT가 시장의 추궁에 확실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다. 12조 매출에 1조원 수익의 초일류긴 하지만 신성장 엔진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KT의 미래는 콘텐츠인가, IPTV나 와이브로인가, 아니면 방송이나 해외사업 등 또 다른 히든카드인가. 시장은 헷갈리고 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 뚜렷한 승부수가 안 보이는 판에 경영진에게 과감한 베팅을 요구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그래도 투자자나 수많은 통신관련 기업이 KT만 쳐다보고 있다. KT가 드라이브해야 시장이 창출된다. 후발주자와 벤처에 KT는 시장과 기술 트렌드의 향도다.

 비행기가 클수록 이륙에 필요한 활주로 길이도 늘어난다. 남 사장 2기 KT는 이륙을 앞두고 엔진출력을 최대한 높인 채 활주로에 들어선 비행기와 다름아니다. 노련한 기장의 역량은 이때 발휘된다. ‘국민기업’이요, ‘통신 맏형’인 ‘KT역할론’은 피해갈 수 없다. 남 사장은 KT를 다시 한 번 통신한국의 리딩기업으로 자리 매김할 숙제를 안고 시작해야 한다.

 이택 논설실장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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