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 칼럼] SK텔레콤의 셈법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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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은 14일 하나로텔레콤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SKT는 그간 하나로 인수에는 “관심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었다. 이 때문에 SKT의 전격적인 방향선회를 두고 분석이 난무한다. 일반적 해석은 SKT의 미래 비전이다. 유무선은 물론이고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는 트렌드 탓이라는 것이다. 제 아무리 무선의 지존이지만 유선 없는 반쪽짜리로는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경쟁자, 예컨대 LG그룹에 넘어가거나 케이블 분야에서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는 매쿼리가 손을 대는 경우를 상상하면 SKT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1조원 규모가 투입되는 M&A라면 좀 더 정교한 플랜이 있을 것이다. 밑지는 장사에 베팅할 기업은 없다.

 SK그룹은 인수합병에 관한 한 한국 최고다. SKT 역시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을 거뜬히 해냈다. 신세기 인수는 ‘경제’였다.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고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다. 인수의 시너지는 간단한 수학공식이었다. 정부의 인가는 ‘정치’였지만 못 넘을 산은 아니었다. 하나로는 ‘경제’보다는 ‘정치’ 쪽에 가깝다. 수치화·계량화할 수 없는 변수가 워낙 다양하다. 통신판을 아래부터 뒤흔들 파괴력을 가졌다. 경쟁자인 KT와 LG의 대응, 인수 후 합병 과정, 시장 및 브랜드 지배력 유지, 대정부 문제 등 숫자로 담보하기 어려운 위험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SKT는 사실 이미 3년 전 하나로가 외자에 넘어가기 전부터 면밀한 인수합병 검토를 해 왔다. 다양한 변수를 대입한 시뮬레이션과 워게임을 수없이 반복해 그 나름의 결론을 냈을 것이다. 결단을 위한 빈칸에는 가격이 자리했을 것이고 시장은 이를 간파하고 있었다. SKT의 하나로 무관심은 그래서 ‘전략적 부인’쯤으로 치부돼 왔다.

 그렇다면 SKT의 셈법이 더욱 궁금해진다. 가장 중요한 가격 변수를 뒤에 놓더라도 합병 문제가 제기된다. 진정한 인수 시너지를 위해서는 양사 합병이 요구된다. 일단 자회사 체제로 출발하겠지만 성에 차지 않을 것이다. 유무선 결합상품 개발부터 마케팅·관리에 이르기까지 회계와 조직이 분리된 채로는 한계를 노출한다. KTF와 합병을 갈망하는 KT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전문가들은 KT와 KTF가 합병한다면 최소한 15% 이상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SKT와 하나로의 합병에는 비용이 소요된다. SKT의 자본금은 446억원, 하나로는 무려 1조1750억원이다. 합병 과정에서 의외의 돌출요인이 불거질 수도 있다.

 시장환경 변화도 예측불가다. 이통시장은 인수합병이 일어나더라도 SK가 통제할 수 있는 분야였다. 유선은 다르다. KT라는 100년 강자가 포진하고 있다. LG의 맹장들도 버티고 있고 바닥을 샅샅이 훑고 있는 케이블업체도 무시무시하다. 이들은 일제히 십자포화를 날릴 게 뻔하다. 상대진영의 합종연횡과 집중견제를 견뎌야 한다. ‘유무선 SKT’가 연착륙할지 장담은 금물이다. 자칫 출혈이 일어나거나 ‘KT 좋은 일’ 시켜줄 수도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SKT가 부담을 줄이려면 가급적 최소한의 인수가격을 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SKT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투입비용과 산출 효과에 확신이 있기에 인수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무선 1위 사업자가 유선 2위 사업자를 인수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SKT의 셈법에 눈길이 가는 것이다. 지금껏 보여준 SKT의 역량이면 무언가 일을 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앞으로 SKT가 꺼내 들 전략 전술에서 그 셈법은 하나씩 공개될 것이다. SKT-하나로 인수를 보는 놓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etyt@etnews.co.kr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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