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일본 소비자가전(CE)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산에 대한 일본인들의 골 깊은 배척 감정을 넘지 못한 데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더이상 버티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평판TV 시장에서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주고 고전을 거듭해온 소니는 엔화가치 약세를 발판으로 각 국에서 대대적인 가격 인하 공세를 펼쳐, 역전의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실리 택한 ‘삼성’=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일본의 주요 양판점에 비치했던 가전 제품을 철수시킨 데 이어 10월 말일자로 인터넷 직판 사이트도 폐쇄, 일본의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한 가전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단 이유는 수익성 악화. 온·오프라인을 다 합쳐도 일본 법인 매출의 1%(700억∼800억원)에 못미치는 반면, 개발비나 판매 유지비가 더 든다는 판단이다. 일본에서 삼성의 대표 가전제품은 중대형 LCD TV. 글로벌 시장에서는 소니와 샤프 등을 제치고 왕좌에 올랐으나 자국 시장 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일본 기업들의 사활을 건 견제에 좀처럼 영향력을 확대하기 어려웠다.
삼성전자는 대신, 반도체·LCD 모듈·LCD 모니터 등 비교적 수익성이 높고 경쟁 우위에 있는 제품들로 B2B(기업간 거래)에 집중해 브랜드 인지도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마지막 승부수 띄운 ‘소니’=한국에서 일본 대표 기업 소니가 고전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삼성과 LG가 값싸고 질 좋은 제품에 막강한 AS력으로 우리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면서 ‘소니=TV’라는 공식은 옛말이 됐다. 한국시장에서 소니의 대표 상품인 LCD TV의 경우 연간 4000∼5000대도 판매하지 못해 시장점유율이 1%도 되지 않자 올 초부터 홈플러스 등 양판점 매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해왔다.
대신 소니는 최근 강남 등지의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재정비하고, 국내 경쟁사에 비해 10∼15%까지 싼 가격에 신형 LCD TV를 내놓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해외에서도 중국과 북미 등 주력 시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가격 인하에 들어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니가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한 대신, 엔저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 리더의 위치를 다시 찾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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