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IT구매 리스트에 PC 없다"

 “신형 PC 필요하지 않으세요?” “아니요. 그 돈 있으면 다른 데 쓰겠어요.”

도쿄 전자매장에서 쇼핑 중인 마사야 이가라시(24)는 신형 아이팟 터치·닌텐도 위·소니 플레이스테이션·디지털카메라 매장은 다 둘러봤지만, PC 매장은 그냥 지나쳤다. 그는 “3년 넘은 PC를 쓰고 있는 데 만족한다, 다른 데 더 쓸 데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인들의 전자제품 구매 리스트에서 PC가 뒤로 밀리거나 아예 사라지고 있다.

5일 AP통신은 일본이 25년 PC 역사상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첫 국가라고 보도했다.

시장조사 기관 IDC에 따르면, 일본에서 PC 판매 대수는 올 2분기 데스크톱 4.8%, 노트북 3.1% 감소하는 등 5분기 연속 줄었다. NEC의 2006년 PC 판매량은 전년 대비 6.2% 감소했고 올 1분기에는 14%나 격감했다. 소니의 PC 판매 대수도 지난해 10% 가량 감소한 뒤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히타치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PC 사업은 중단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PC 시장의 장기 침체 이유를 대체품이 많은 데서 찾는다. 스마트폰, 인터넷이 연결되는 게임 콘솔, 수 테라바이트의 메모리 저장이 가능한 디지털비디오리코더, 선명한 색상과 화려한 음질을 자랑하는 평판 TV 등이 인기를 끌면서 PC가 점점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휴대폰에 의존하는 IT소비 패턴이 PC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일본 내무성의 2006년 사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50%가 휴대폰으로 e메일을 보내고 인터넷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0%는 PC보다는 휴대폰으로 e메일을 더 자주 확인하며, 4%는 아예 e메일을 주고받을 때 PC를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 뜨고 있는 인맥구축 사이트(SNS)도 대부분 휴대폰 사용자 위주로 설계돼 있다. ‘믹시’ ‘페이스북’ ‘마이스페이스’ ‘유튜브’ 등은 모두 휴대폰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하며 ‘모바가이 타운’라는 사이트는 아예 휴대폰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PC 업체는 이같은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니는 시계나 벽걸이가 가능한 PC를 개발하거나 유명 디자이너의 삽화를 새겨넣었고 NEC는 ‘헬로키티’로 금장한 노트북을 선보여 이슈 만들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NEC 측은 “PC가 정말 혁신적인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PC가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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