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가장 저렴한 중국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과 함께 말로만 듣던 인천 차이나타운을 전철을 타고 처음 찾아간 것이다. 인천역을 나오니 이국적인 풍경의 차이나타운 입구가 길 건너 바로 눈앞에 들어왔다. 마침 일 년에 한 번씩 열린다는 인천·중국 문화의 날 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가족과 연인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이 북적거렸다.
차이나타운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자장면의 발생지라는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장면과 공갈빵·월병도 먹었다. 화교로 보이는 많은 사람이 중국어로 말을 하고 중국옷 치파오와 전통차·토산품, 아이를 위한 나무칼과 호랑이·뱀 인형 등을 파는 거리의 모습이 활기차게 보였다. 마치 중국의 시장을 그대로 복사해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축제 행사장에서는 중국에서 왔다는 기예단의 화려한 공연과 ‘황비홍’에서 본 듯한 사자춤 경연대회가 펼쳐졌다.
짧은 시간의 체험이었지만 마치 중국 여행을 떠나 그곳의 시장을 본 것 같았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보면 어김없이 화교와 차이나타운을 찾아볼 수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차이나타운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화교 수가 적다고 한다. 단일민족이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배타성 때문인지 군사정권 시절의 외국인 정책 탓인지는 모르지만 한국 화교는 이제야 활기찬 모습으로 살고 있다. 부산 동구에도 차이나타운이 있다는데 최근 그 규모가 꽤 커지고 있으며 올해 부산시로부터 특구 지정을 받았다고 한다.
따지고 보면 IT분야에서는 ‘유비쿼터스’ ‘컨버전스’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유행될 만큼 여러 기술의 통합으로 새로운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IT의 선두에 우리나라도 당당하게 서서 다른 나라와 경쟁하고 있다.
이런 흐름과 달리 아이러니하게 우리는 아직도 단일민족이라는 동굴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3D 업종 분야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와 일을 하고 있고 그들도 우리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지난 8월 24일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확히는 100만254명으로 지난해 7월에 비해 무려 15%나 더 늘어난 셈이다. 국적별로는 중국·미국·베트남·필리핀·태국 순으로 조사됐다.
이들 외국인의 국내에서의 기본적인 인권 보장은 물론이고 이들의 문화가 어떤지, 이들의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 전반의 고민이나 새로운 방안이 없어 보인다.
이미 TV만 보더라도 외국인 미녀들이 나와 토크쇼를 펼치고 외국인이 우리나라 문화를 체험하는 류의 방송프로그램도 꽤 늘어났다. 축구·야구·농구 같은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도 외국인 선수의 맹활약을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다. 월드컵 4위의 신화도 거스 히딩크라는 걸출한 네덜란드 출신의 감독의 리더십이 이끌어낸 역작이 아닌가.
너무나 자주 들었던 ‘글로벌 시대’는 외국 여행을 많이 다니고 외국 기업의 벤치마킹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바로 우리나라의, 우리 안의 닫힌 문을 여는 것에서부터 글로벌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외국의 인종차별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얼굴색과 언어가 다르다고 이상한 눈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을 바라보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에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우리나라를 ‘인종차별국가’로 규정하고 하루속히 고치라는 권고를 내렸다. 권고 내용은 외국인 노동자 차별과 한국 남자와 결혼해 살아가는 외국인 여성의 직접적인 학대와 그들과 그 가정에서 출생한 자녀에게 향하는 차별과 냉대에 관한 것이었다.
머나먼 외국으로 이민을 가 온갖 차별과 멸시로 고생했다는 재외교포의 사연을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 아프게 들으면서도 우리가 갖고 있는 외국인을 향한 선입견과 차별은 잘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IT에서의 유비쿼터스와 컨버전스 같은 신개념은 비단 기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피부색과 언어가 어떤지가 아니라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서 살고 있는 모든 이를 하나로 묶고 서로 다른 문화를 포용하는, 열린 사회로의 인식 전환과 업그레이드가 절실한 시점이다.
◆김종래 <파파DVD 사장> jongrae@papadv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