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이문화 커뮤니케이션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장수 국방 장관이 꼿꼿한 자세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나눈 모습이 화제다. 앞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고개와 허리를 숙이고 두 손으로 김 위원장의 손을 감싸잡고 악수한 탓에 김 장관의 자세는 더 눈에 띄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꼿꼿악수’ ‘만복굽신, 장수꼿꼿’이란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김 장관의 자세는 지극히 정상인 교범 상의 행동이다. 군대예절에서는 악수요령을 차려 자세에서 오른팔 하박부를 90도로 들어올려 상대방의 손바닥을 쥐어 가볍게 상하로 흔들도록 설명돼 있다. 국민이 이 같은 군대예절을 미리 알았더라면 김 장관의 고자세가 아닌 다른 이들의 저자세를 지적했을 것이다.

 ‘이문화(異文化)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다. 우리와 다른 나라와 민족·전통과 관습·언어와 몸짓의 이해 즉, ‘이문화 커뮤니케이션’이 수반돼야만 서로 간의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말 그대로 이문화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악수할 때 상대방의 손을 있는 힘껏 세게 쥐고 흔든다. 머리를 신성시하는 인도네시아에서는 귀엽다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우리가 에스키모라 잘못 알고 있는 이누이트에게는 귀한 손님에게 그들 최상의 음식인 살아있는 구더기를 내오고, 아내와 동침하게 하는 오래된 관습도 있었다.

 남북 간, 남남 간의 언어에서도 이문화는 존재한다. 남한의 오징어가 북한에 가면 낙지로 탈바꿈한다. 당연히 우리의 낙지는 북한에서 오징어가 된다. 제주도에서는 고구마를 감자라 부른다. 내가 모르는 세상·사람들에게는 언어선택과 구사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개혁과 개방’이라는 용어를 썼다가 냉랭한 북측 반응에 당황했다. 옥류관 오찬장에서도, 개성공단에 들러서도 여러 차례 이 말의 부적합성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10일 통일부 홈페이지 개성공단 사업소개 코너에서는 ‘개방’ ‘개혁’ 등의 단어가 전격 삭제됐다. 이를 두고 우리 정부가 몸을 낮추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조치가 ‘굴신’에서 나왔든 상대방을 위한 ‘배려’에서 나왔든 간에 목적이 ‘이문화 커뮤니케이션’에 있다면 이참에 부처 간의 아전인수격 이기주의처럼 반드시 소통돼야 할 정부 내부의 이문화는 없는지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솔루션팀·최정훈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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