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진 LGT 비결은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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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내 폰앤펀 미니 매장

‘소총부대의 반란’

역대 최고의 분기 매출, 지난 1년치보다 더 많은 순증, 3분기 순증 2위 등극…LG텔레콤의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이동통신 사업 9년만에 겨우 누적적자를 해소한 LG텔레콤은 올들어 부쩍 강한 체질을 과시했다. 뱅크온, 기분존, 항공마일리지, 패스온 등 선발 업체들이 생각지도 못한 톡톡튀는 서비스 출시가 외부로 드러난 비결이라면 숨어있는 진정한 경쟁력의 핵심은 바로 강력해진 유통망이다. LG텔레콤은 대형 대리점 위주의 SK텔레콤·KTF와는 달리 직영 중심의 중소규모 대리점을 통해 탄탄한 조직력을 발휘했다.

◇대포는 적지만 든든한 소총부대 많아=LG텔레콤은 대형 대리점은 많지 않다. 웬만한 기업 맞먹는 대형 대리점이 전체 유통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SK텔레콤·KTF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러나 곳곳에 걸쳐놓은 직영점의 거미줄 같은 판매망에 강점이 있다. 직영점인 이지포스트와 폰앤펀 매장 300개은 물로 은행 매장에 직접 들어간 뱅크온 판매망 700여개와 지하철의 지하공간을 활용한 ‘폰앤펀 미니’ 50여개 유통망 등이다.

이들 직영 판매점의 규모는 작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요소요소에 판매포인트를 만들어놓아 소비자의 눈에 쉽게 띈다. 특출 나게 매출비중이 높은 곳도 없지만 그렇다고 어디 하나 크게 뒤떨어지는 곳도 없다. 요즘 위력을 발휘하는 롱테일의 법칙처럼 골고루 실적을 낸다.

◇ 2000년 대리점 이탈이 ‘약’이 됐다=LG텔레콤이 소매판매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0년 IMT-2000사업권을 탈락한 이후 대리점 이탈이 극심했기 때문. 실컷 공들여 키운 대리점이 LG텔레콤이 위기에 빠지자 일제히 경쟁사 대리점으로 옮겨갔다. 2001년부터 유통망 혁신에 나섰다. 어떤 상황에도 LG텔레콤을 굳건히 지켜줄 유통망을 고안했다. 직영점 구축과 함께 전국을 400여개로 나눠 상권 관리를 진행했다. 이 같은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는 무려 3∼4년이 걸렸다. 대리점 이탈이라는 ‘독’이 탄탄한 유통망 재정비라는 ‘약’으로 바뀌었다.

기존 대형 대리점 구조는 순간적인 매출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하부에 다양한 판매점을 거느릴 수 밖에 없어 보조금이 줄면 순식간에 썰물처럼 타사 가입자 유치로 빠져나가 버린다. 보조금에 기반한 마케팅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반면 직영점은 어차피 숙명적으로 충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시장이 과열되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시장이 안정되면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한다.

◇ 요금경쟁으로 가면 더욱 위력=KTF는 올해 유통망 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유통 전담 법인인 ‘KTF M&S’를 출범시켜 직영점 체제로의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가정용 인터넷전화 출시 등으로 소매영업이 필요해진 LG데이콤도 LG텔레콤의 유통 노하우를 눈여겨본다. SK텔레콤조차 LG텔레콤의 유통경쟁력을 인정했다. 정통부가 현재 보조금 위주의 이통시장 경쟁을 요금경쟁으로 전환하면 LG텔레콤의 유통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있따.

보조금 경쟁에서는 보조금을 많이 실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풍부한 쪽이 승자가 된다. 대형 대리점과 하위 판매점이 가입자 시장의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열세다. 하지만 요금경쟁으로 가면 마케팅비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어 직영점 구조가 더욱 유리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합상품 출시와 요금경쟁 전환과 같이 변화한 상황에서 유통망의 힘은 향후 경쟁에도 상당히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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