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팹리스 성공 비결](1)퀄컴 불모지 공동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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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급속 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팹리스산업이 최근 정체기를 맞고 있다. 휴대폰 등 전방산업 환경이 어려워을 뿐 아니라 급팽창 후에 뒤따르는 내부 진통도 피할수 없기 때문이다. 팹리스업계는 지금의 정체 국면을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여기고 역량강화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국내 팹리스업계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또 한번 도약하기위해서는 이미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선진 업체들에게서 배울 필요가 있다. 글로벌 팹리스들의 성공비결을 4회에 걸쳐 알아본다.

 

◇퀄컴은 어떤 회사인가?

‘품격있는 통신’(QUALity COMMunications)을 추구하기 위해 지난 1985년 7월, 설립자 어윈 제이컵스(Irwin Jacobs)의 집에 7명이 모인 이래 22년의 시간이 흘렀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작은 벤처 기업이던 퀄컴(QUALCOMM)은 이제는 40여 개국에 72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팹리스(fabless·설계전문반도체기업) 분야 1위, 반도체기업규모 순위 9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일 하고 싶은 100대 기업 등 많은 화려한 수식어를 끌고 다니는 ‘스타(star) 기업’이다.

퀄컴은 군사기술인 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을 상용화하고 이를 세계적으로 확산시킨 주인공이다. CDMA의 씨를 심고, 거목으로 키웠다.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 구조로 그동안 높은 수익을 냈지만, 경쟁기업 및 협력사들로부터 미움을 받았다. 잇단 특허 분쟁, 기술사용료(로열티) 인하 논란, 단일칩(원 칩) 개발 논쟁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퀄컴 직원들은 시련이 지금 뿐만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이보다 더 혹독한 시련을 거쳤고, 그래서 더욱 강한 기업이 됐다고 말한다.

◇퀄컴의 성공비결은?

퀄컴의 성공비결은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에 기술을 심고, 공동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사의 기술 지배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CDMA’라는 기술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10여 년에 불과하다. 이른바 유럽형 이동통신 방식인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이 주류를 이뤘던 때, 퀄컴이라는 미국의 작은 회사가 군사 기술인 CDMA 상용화 버전(version)을 들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업계의 비웃음을 받았던 CDMA가 불과 십수 년 만에 세계 시장의 중심 기술이 될 수 있던 것은 퀄컴의 전략적 선택에서 시작됐다. 퀄컴은 애초 휴대폰 제조까지 CDMA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협력사와 어깨동무를 하고 가면서 성장했다.

산제이 K. 자 퀄컴CDMA테크놀로지(QCT) 사장 겸 퀄컴코퍼레이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퀄컴이 설립되었을 때는 칩세트(반도체) 회사가 되려고 의도하지는 않았다”며 “협력사와 함께 CDMA 기술을 퍼트리는 과정에서 반도체 중심으로 사업이 재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과의 인연도 이러한 배경에서 지속된 것이다. 산제이 자 사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창의적으로 휴대폰 제조에 집중했고, 결국 퀄컴이 생산하는 휴대폰보다 훨씬 우수한 제품을 쏟아낼 수 있게 됐다”고 회고했다. 퀄컴은 글로벌 분업을 통해 CDMA 연합군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넓히는 한편, 칩 판매와 기술사용료로 매출을 늘려갔다.

산제이 자 사장은 “무선 통신 환경은 계속해서 극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퀄컴은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추세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자신했다. 여기서 ’무선’은 현재의 이동통신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방송 및 컴퓨팅 기능이 휴대전화로 가능해지는 세상에서도 강자로 남겠다는 것이다.

퀄컴은 이미 자회사인 미디어FLO를 설립했고, 미국 방송 자회사인 미디어FLO USA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미국의 휴대전화 서비스 회사를 통해 채널 55번(716∼721㎒)으로 현재 40개 이상의 도시에서 전파를 뿌리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FLO USA 같은 송출회사는 매각할 계획이다. 벤 월러스 부장은 “퀄컴이 방송사업에 진출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자리잡게 도와주기 위해서”라며 “세계 모바일 방송 시장에서 노키아 등이 주도하는 DVB-H, 한국이 주도하는 DMB 등과 함께 경쟁을 하고 있는 이 기술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자사가 직접 실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컴 측은 현재도 방송 송출 기술 등에 대한 일을 하고 있을 뿐, 콘텐츠 제작 등을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퀄컴은 향후에 통신용 칩과 더불어 방송 기능이 포함된 반도체와 관련 기술료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수익 모델을 지속한다는 전략이다.

◇혁신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욕심

퀄컴은 6100개의 미국 내 특허가 있다. 이러한 특허에도 불구하고, 퀄컴은 신기술 확보에 열을 올린다. QCT 벨 호우즈 L. 압디 수석 부사장은“언제나 1등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경쟁사와 우리의 차이가 무엇인지 살핀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한다”고 전했다.

지난 2005년 4세대 통신의 핵심기술을 보유한 플라리온테크놀로지스를 전격적으로 인수, 통신 업계를 놀라게 했다. 2∼3세대의 기술 우위를 4세대 이후까지 끌고 가겠다는 야심이 드러난 것이다.

최근의 M&A 행보도 주목된다. 최근 2년간 아날로그 관련 기술 회사를 인수하는 등 유관 기술 확보에도 발빠르게 움직인다. 유럽의 IMT2000 서비스인 UMTS(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tions System) 분야 고주파(RF) 기술 확보 등을 위해 지난해 버카나와이어리스를 인수했다. 또 지난해 말에도 와이맥스(WiMAX) 기술 보강을 위해 텔레시스와이어리스의 사업부 등을 인수하는 등 M&A 행렬이 계속됐다. 샌디에이고(미국)=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산제이 자 사장 인터뷰-퀄컴의 위기 극복론

“우리에게 두 번의 큰 위기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가 지난 1997년이었던가요? 퀄컴은 문을 닫았을지도 모릅니다. 선적할 수 있는 칩이 없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미래를 위해서 위기를 감내하고 도전했습니다.”

산제이 자 사장은 바로 10년 전에 퀄컴을 현재와 같이 만들 수 있는 결단의 순간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 당시의 미래 기술에 대한 결정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는 것이다. 10년 전 휴대폰에는 186 기반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했다. 그러나 음성과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더 높은 성능이 필요했다.

자 사장은 “퀄컴은 인텔진영의 386 기반과 영국의 벤처기업인 ARM의 프로세서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ARM이 전력 효율성이나 크기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판단해 ARM을 채택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위기를 가져왔다. x86 기반의 칩 공급자인 인텔은 386을 채택하지 않으면 어떠한 칩도 공급하지 않겠다고 위협을 가해온 것. LG와 삼성은 휴대폰을 대량으로 생산해야하는 상황이라, 많은 칩을 요구했고 인텔이 186 기반의 칩을 제공해주지 않으면, 고객과의 관계도 끊어질 수 있던 상황이었다.

“다행이도 우리는 IBM과 많은 부분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IBM 측에서 186 기반의 칩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했고, 우리는 성공적으로 공급처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휴대폰에서 x86 기반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퀄컴은 ARM 기반의 CPU로 칩을 설계했고, 결국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퀄컴이 직면했던 두 번째 위기는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였다. 한국의 고객과 함께 CDMA 벨트를 확장하고자 했던 퀄컴은 삼성, LG 등 한국기업이 당면한 어려움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한국 고객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기본이었다고 자 사장은 말한다.

“우리는 한국의 고객을 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한국 기업들로부터 금 열쇠를 받은 적이 있는데, 이것을 금모으기 운동 때 내놓기도 했습니다.”

자 사장은 “IMF 당시 한국 고객사의 회생을 위해 노력을 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 관계를 통해 위기를 넘기고 동반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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