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막내만 할인해줍니까. 장남도 해줘야지요.” 망 내 할인이 요즘 하도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다보니 통신분야 사람들끼리 나누는 우스갯소리다.
망 내 할인은 정확하게 표현하면 같은 서비스를 쓰는 가입자 간 할인이다. 가령 SK텔레콤 가입자끼리 통화할 때는 현재 10초당 20원보다 좀 더 싸게 해준다는 의미다. 얼마를 더 싸게 해줄지는 초미의 관심사지만 망 내 할인 도입은 거의 기정사실화된 듯하다. 물론 SK텔레콤으로의 쏠림현상 이유를 들어 후발사업자인 KTF나 LG텔레콤은 극구 반대한다.
망 내 할인은 미국·이탈리아 등 해외에서는 매우 활성화된 제도다. 단순한 할인뿐만 아니라 가입자끼리 통화는 아예 무료인 상품도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2000년 초반 일부 시행하다 2002년 폐지됐다. 소비자단체가 이렇게 좋은 제도를 왜 여태껏 시행 안 하냐며 정보통신부를 질타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망 내 할인은 요금 인하를 위해 나온 게 아니다. 가입자를 묶어두기 위해 사업자가 마케팅을 고민하다 보니 효율적인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망 내 요금을 파격적으로 할인해 주지만 다른 가입자끼리 통화할 때(망 간) 요금을 엄청나게 비싸게 매긴다. 이탈리아는 망 내 통화는 50%가량 할인을 해주지만 망 간 통화는 최소 2배에서 4배까지 비싸다. 이탈리아에서 1인 2휴대폰이 정착된 것은 지나치게 높은 망 간 요금을 피하기 위해 아예 2개 사업자에 가입하기 때문이다. 미국도 망 내 통화가 적용되는 일정시간을 주고 그 이상을 넘으면 요금이 갑자기 뛰는 요금제(플랜)를 뒀다. 혜택을 주는 만큼 다른 조건을 다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선 망 내 할인이 요금인하 압박 수단이 됐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망 내 할인을 한다고 망 간 요금을 올리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러나 망 내 할인은 망 내 할인일 뿐이다. 언젠가는 원래 생겨난 취지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망 내 할인이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맞지만 결국 통화량은 늘어날 테고 사업자는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면서 줄어든 매출을 메우려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선가 통신요금이 별로 안 줄어들었다며 볼멘소리가 또 나올 게 뻔하다. 내년 총선 때 망 내 할인을 해도 통신부담이 줄지 않았으니 더 센 걸 내놓으라고 할 건가. 시장 경쟁원리를 작동하지 않으면 요금 인하를 위해 무엇을 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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