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퀄컴 IT 투어

 생활 필수품이 돼버린 휴대폰 뒷면을 자세히 보면 ‘Qualcomm CDMA’라고 적힌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퀄컴 칩이 내장됐다는 얘기다. 나는 퀄컴이 로열티를 많이 가져가 우리나라 이동통신 산업의 수익을 착취하는 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과 함께 기업의 이상적 가치사슬(value chain)을 구현하고 있다는 부러움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퀄컴이 이공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제안서와 면접을 거쳐 퀄컴 미국 본사 방문의 기회를 주는 ‘2007 퀄컴 IT 투어’가 있음을 알게 됐다. 내가 양면적 인식을 갖고 있던 기업의 내부를 볼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27명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과 함께 투어에 참가했다.

 투어의 일환으로 지난달 20일과 21일 퀄컴 본사를 방문해 퀄컴의 각 사업부문의 소개를 듣고 폴 제이콥스 퀄컴 CEO와 간담회도 가졌다. 퀄컴 엔지니어는 새로운 기술을 개척해 나간다는 자부심을 가졌고 자신이 하는 일의 사업 모델과 산업 전반의 에코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했으며, 그것에 맞춰 자신의 경력을 운영·관리하는 넓은 시야를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자유로운 근무 환경까지 더해 신선한 충격과 부러움을 느꼈다.

 둘째 날 30분간 이뤄진 제이콥스 CEO와의 간담회는 무엇보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글로벌 기업의 CEO라는 권위를 조금도 내세우지 않고 선배 엔지니어로서 이야기를 들려줬다. “퀄컴에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신사업 방향까지도 엔지니어에 의해 이뤄진다” “퀄컴 창업자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연구실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구한다” 등의 얘기는 퀄컴이 엔지니어를 가장 중요한 재산으로 여기는 회사임을 말해줬다.

 기술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다시 연구개발을 하고 투자해 궁극적으로 시장의 기술을 선도해 나가는 퀄컴의 선순환 구조가 부러웠다. ‘한국에서 퀄컴 같은 기업이 나오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고치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김현남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석사 1학년 sb43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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