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1970년대 이후 LG·삼성·현대 등 대기업의 제조업 중심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90년대 중반부터 정보화시대가 열리면서 IT산업이 제조업 발전을 견인했으며 한국은 단시간 내에 온 국민이 IT 없이 살 수 없는 ‘지구상에서 가장 IT 인프라가 발달한 나라’로 성장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4위, 무선인터넷 단말기 보급률 91%, 언제 어디서나 DMB로 TV를 보고 인터넷으로 친구를 사귀고 연락한다. 바로 ‘IT 한국’의 현주소다.
그런데 무선인터넷분야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유선인터넷이 이용자가 생산하는 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하는 웹2.0 시대로 가는 데 비해 무선인터넷의 진화는 매우 느리다.
웹1.0 시대에 사람들은 230여년 역사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인터넷에서 월 11.9달러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도 열광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만든 ‘위키피디아’로 훨씬 더 많은 양의 정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웹2.0 시대를 맞았다.
최근 글로벌 유선인터넷기업(구글·야후·마이스페이스 등)과 콘텐츠업체(워너뮤직·디즈니 등)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유선 웹 콘텐츠와 서비스를 모바일로 확장하기 위해 박차를 가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야후다. 웹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야후가 모바일 서비스의 최강자로 올라서기 위해 ‘원서치’라는 모바일 검색 상품을 출시했다. 야후 원서치는 사용자의 정황을 고려한 맞춤형 검색결과(Context Aware)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모바일의 특성을 살린 새로운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글로벌 인터넷업체가 모바일에 인력과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약 3억명인데 비해 휴대폰 사용자는 곧 30억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게다가 PC는 정해진 공간에서 사용해야 하지만 휴대폰은 24시간 주인 옆에서 ‘대기모드’ 상태에 있다. 휴대폰이야말로 포털업체가 가진 서비스와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개인의 특성에 맞춰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가진 단말기고 무선인터넷이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국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유선인터넷처럼 생활의 중심으로 끌어내기 위한 열쇠는 무엇일까?
콘텐츠 제공사업자 및 서비스 회사, 나아가 무선인터넷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모든 사업자가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무선인터넷을 개방하고 모든 사용자가 자유롭게 참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場)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또 콘텐츠사업자 외에 오프라인기업도 무선인터넷의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 웹 서비스를 단순히 모바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즉시성·이동성 등의 모바일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혁신적인 사용 편리성을 고안하는 것도 필수 조건이다.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단말기로 고객은 정보를 얻고 즐기고 블로깅하게 된다. 이를 위해 데이터 속도뿐 아니라 높은 해상도·터치스크린·가상키보드·자기센서 등 하드웨어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사용자인터페이스도 모바일에 맞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혁신할 요소다.
우리나라 인터넷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든 것은 변화에 민감하고 다이내믹한 우리 국민이다. 무선인터넷 또한 국민이, 고객이 세계 최고 수준을 원할 것이며 사업자는 그러한 고객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무선인터넷은 최고의 서비스를 누가 먼저 만들고 고객을 감동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진출해 더 넓은 비즈니스로 연결해야 한다.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 국민은 무선으로 무궁무진한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롭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IT산업은 유선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무선인터넷 활성화로 촉발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이제 시작이다.
◆기병철 LG텔레콤 데이터사업부장(상무) bckee@lg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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