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는 어디로 가나…

 최근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5개의 외국계 펀드가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1조원 이상의 높아진 매각 대금과 국내 업체 불참에 따른 부담 등으로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특히 하나로와 투자 자문사인 골드만삭스 측은 이번에 불참한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인수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황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

◇ 5개 외국계 펀드만 참여=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골드만삭스 주관하에 이뤄진 하나로 인수의향 대상자 모집에는 모두 5개의 외국계 펀드들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2003년 당시 하나로 인수전에 참여한 미국계 투자펀드인 칼라힐을 비롯해 최근 메가박스 인수로 화제가 된 호주계 맥쿼리, 영국계 사모펀드인 CVC, 싱가포르의 STT와 또다른 사모펀드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를 모았던 SK텔레콤이나 LG그룹 등 국내 통신기업들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국내기업과 외국계가 골고루 입찰에 참여하기를 바랬던 하나로 측은 상당히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하나로텔레콤 노조 측은 “매각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3년여만에 지분을 팔고 차익을 남기려는 현행 AIG-뉴브리지컨소시엄에 이어 또다시 외국계 펀드가 대주주가 되면 기간산업의 안정적인 운영이 또다시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높아진 인수가 가장 큰 부담=이번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내달 중순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5개 참여사 가운데 인수희망가를 가장 높게 써낸 업체가 당연 1순위다. 그러나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의 차익 목적을 만족시켜줄만한 대상자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AIG-뉴브리지 측이 2003년 당시 하나로를 인수할때 투입한 자금은 5억달러다. 현재 하나로의 주가 등을 감안할때 인수가능한 금액은 최소 1조원에서 최대 1조5000억원까지 예상된다. 펀드의 속성상 적어도 2∼3배의 차익은 실현해야만 매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하는 측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장기적인 경영권을 목적이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무선 통합추세에서 하나로텔레콤 자체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국내 업체에 대한 입질도 지속=국내 업체들이 이번 인수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관심은 계속 있는 것으로 하나로 측은 보고 있다. 현재 하나로 측과 투자자문사인 골드만삭스, 그리고 주변 관계인들이 모두 나서 국내 업체에 대해 지속적인 인수의향 타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매각을 못하면 1∼2년내에는 더욱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서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1, 2분기 수익성을 최적의 구조로 맞춘 것도 지금이 매각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와의 접촉에서 성과가 있을 경우 일정을 다소 변경해 추가 입찰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한 현재 참여한 외국계 펀드가 국내 기업과 어떤 특수한 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칼라힐의 경우 지난 2003년 LG그룹과 함께 하나로 인수전에 나선 경험이 있어 칼라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위탁경영 등 어떤 식으로든 LG그룹과의 전략제휴 가능성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말만 무성했던 하나로텔레콤의 매각이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것만으로도 하반기 내내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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