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외교통상부 전자여권사업추진단이 프레스센터에서 ‘전자여권 공청회’를 개최할 즈음 이상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외교통상부가 IC 칩 관련 외산 제품만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특정 외산 제품으로 이미 결정했다는 것이다.
전자여권사업추진단 측은 이같은 소문을 일축했다. 전자여권사업추진단 관계자는 “외산과 국산을 구분하지 않고 공정한 평가와 경쟁을 통해 업체를 선정한다”고 말했다. 업체의 기우일 뿐이란 것이다.
하지만 업계의 이같은 소문이 이달 들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IC칩·칩운용시스템(COS) 등의 업체들은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외교부 전자여권사업추진단이 발표한 전자여권 사업 관련 사전 규격이 국내 업체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해서다. 즉 전자여권 내 IC 칩 및 COS가 ‘BAC(Basic Access Control) PP(Protection Profile)’ CC(Common Criteria) 인증을 받아야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CC 인증을 추진중인 국내 업체 입장에선 입찰 자격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 여권 칩 OS에 대한 BAC CC(Common Criteria) 인증 획득 요구로 국내 제품이 배제됐다”며 “현재 전세계 BAC CC 인증 제품은 6종으로 외교부 조건에 만족할 수 있는 기업은 젬알토와 인피니온 2곳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전자여권을 채택, 35개 국가 중 전자여권을 발급하기 전에 기업에 CC 인증획득을 요구한 사례는 없을 뿐더러 국가들이 실제 발급 시점에 CC 획득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는 아예 자체 보안규격만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정보보호제품 평가 수요가 급증해 CC 인증 평가 대기 기간이 6개월에 평가기간까지 합쳐 제품 평가가 1년이 넘게 걸리는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LG CNS는 지난 3월 COS CC인증을 신청한 채 평가를 무한정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 정보보호제품 평가 기관은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지금 스마트카드 칩 평가를 신청할 경우 최소 1년여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노병규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보안성 평가단 단장은 “스마트 카드 칩 평가는 대기가 없을 경우 평균 6∼7개월이 소요된다”며 “현재 평가제 품 대기기간이 긴 것은 사실이나 국가 전략 사업의 경우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대기 없이 우선적으로 평가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업계와 학계는 국산 업체에 BAC CC 인증 기간을 줌으로써 외산과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경쟁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IC카드연구센터 이기한 센터장은 “전자여권에서 BAC CC 인증은 기본이지만 CC 인증을 입찰시 굳이 받을 필요없다”며 “계약을 체결한 후 기업이 전자여권칩을 납품하기 전에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기한 센터장은 “국내 전자여권의 기반인 우리나라 IC카드 산업이 외국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한 사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차원의 대형 IC카드 프로젝트 부재 때문”이라며 “정부가 대형 전자여권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 기회에 국내 IC카드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03년 부터 COS 개발을 본격화한 이후 다양한 국제 인증들을 획득해왔다”며 “단지 전자여권의 BAC 관련 CC 인증만을 현 시점에서 획득하지 못한 탓에 국내 기업이 입찰 제한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수민·김인순기자@전자신문, s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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