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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하나에 세상을 담다
김규태, 문보경 지음, 클릭앤클릭 펴냄
한국 산업에서 반도체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삼성전자 신제품 발표는 항상 신문·방송·뉴스의 헤드라인을 차지한다. 반도체 경기에 따라 수출 경기가 좌지우지되기도 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도 흔들린다.
이러한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다. 우리는 그동안 메모리반도체라는 거대한 하나의 바퀴로만 달려왔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라는 브랜드와 ‘메모리반도체’라는 두 타이틀로 대표된다.
산업계 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두 베테랑기자가 이런 국내 반도체 산업의 왜곡된 현실에 대해 예리한 분석을 시도했다. ‘칩 하나에 세상을 담다’는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화려한 불빛에 밀려 아직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처음으로 파헤친 책이다.
특히, 30년 국내 반도체 역사와 발전방향 및 벤치마킹 사례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어 국내 IT산업의 발전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먼저, 저자들은 이 책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가려진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1위라는 이유로 언제부턴가 우리는 메모리반도체는 주류이고 비메모리반도체는 기타에 해당하는 비주류로 단정해 왔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 80%는 우리가 비주류로 통칭하고 있는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이라도 균형잡힌 반도체 산업 육성을 하지 않으면 지난 30년간 우리가 쌓아 왔던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에 대한 비판도 눈여겨볼 만하다.
단기적인 성장 일변도 정책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만든 만큼,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저자들은 아직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애정을 버릴 때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서 책의 절반 이상을 열악하지만 발전의 싹이 보이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현황’을 서술하는 데 할애했다. 책에는 팹리스반도체업계뿐 아니라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와 같은 종합반도체업체(IDM)들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이 자세히 서술돼 있다.
10년 후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남아 있을 것인지, 그리고 제2의 삼성전자가 과연 누가 될 것인지 관심있는 독자라면 꼭 봐야 할 책이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현실적인 국가 비전을 찾고 있는 후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