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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송파구 곳곳에 “우측보행, 우리 송파구가 시작합니다”라는 색다른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좌측통행을 구구단처럼 외운데다, 요즘도 ‘교양인은 좌측통행’이라는 표지를 길거리에서 자주 만나는 경우가 있기에 우측보행이 다소 엉뚱해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진작 바꿨어야 할 제도이다. 좌측보행은 우리의 교통체계나 생활 시설물의 설계와도 맞지 않고 국제적 관례와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하철 개찰구나 에스컬레이터, 회전문 등은 오른 쪽으로 걷는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웃 일본이나 영국, 뉴질랜드에 가서 자동차 운전을 하려고 하면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당황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영향력 때문이며, 대부분 섬나라에서 가능한 제도이다.
자동차가 나오기 전의 마차 시절에 마부는 오른손으로 채찍질을 해야 하므로 오른쪽에 앉고 손님을 항상 왼편에 모셨는데, 이 전통을 자동차에 그대로 적용시킨 것이다. 당시 마차는 마주보며 교행할 때 바퀴가 서로 부딪치는 접촉 사고를 막기 위해 반드시 좌측통행을 원칙으로 했다.
17세기 초, 런던 템스강의 런던교에서 마차가 무질서하게 오가다가 다리 한가운데에서 말이 쓰러져 죽는 바람에 교통 대란이 일어나자 시 당국이 좌측통행 제도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마차가 자동차로 바뀌면서 기어 조작을 오른손이 해야 하므로 미국에서 운전석을 왼쪽으로 옮겼던 것이다.
서울의 지하철을 보면 1호선은 기존의 철도청 방식(일본식)을 적용하여 좌측통행을 하고 있지만, 2호선부터는 지상 도로 교통망과 같은 방향의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철 구간에서는 여전히 좌측통행을 해야 하므로 4호선은 남태령역을 지나면 철도청 구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레일이 X자로 꼬여 있다. 이처럼 차량의 통행방식에 따라 보행방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아직도 좌측보행이라는 낡은 제도가 남아 있다.
실제로 거리에서 마주 오는 자동차를 유심히 보면서 걸어도 사고를 당할 판인데, 좌측보행은 자동차를 등지고 걸어야 하는 모순체계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좌측보행 제도는 일제 강점기인 1921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메이지유신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에는 이른바 사무라이가 옆구리에 칼을 길게 차고 다녔다. 일부 무사들은 유신 정부의 폐도령(廢刀令)에 항의하며 도쿄의 우에노 지역을 거점으로 한동안 반정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주된 업무가 싸움인 이들은 언제 어디서 습격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격과 방어를 위해서는 오른손을 써야 하기 때문에 항상 왼쪽 자리를 지키는 것이 유리했다.
게다가 보행 도중에 칼이 서로 부딪쳐 일어나는 사소한 시비를 막기 위해서도 좌측통행을 수칙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 같은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려 버릇처럼 왼쪽으로 걸었고 이것이 점차 보행 예절로 굳어진 뒤 자동차가 도입되자 운전규칙으로 이어졌다는 설도 있다.
물론 왼손잡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 인구의 10퍼센트도 채 안 되므로 오른손 위주가 된 것이다. 원래 인간은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비율이 비슷했으나 생명과 직결되는 심장이 왼쪽에 있기에 전쟁을 할 때 왼손은 방패로 심장부를 막고 오른손은 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오른손이 점점 발달하게 되었고 이러한 관행 때문에 왼쪽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생기기까지 했다.
어쨌든 칼 문화에서 나온 좌측보행이 일본에서는 이미 사라졌는데, 우리에게는 아직 남아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의 전통적인 보행방식도 오른쪽 문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이처럼 국제적 관행이나 전통 문화와도 배치되는 좌측보행이 우리 송파구의 선도로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한다.
◆김동현 <한국광고단체연합회 부회장> dhkim@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