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아이폰, 태풍일까 미풍일까

 “여러분은 디지털기기의 미래를 보여주는 세 가지 상품을 보게 됩니다. 첫째, 와이드 스크린을 채택한 아이팟입니다. 둘째, 혁명적으로 변신한 휴대폰입니다. 셋째, 새로운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그런데 이들 기기는 각각 다른 것이 아닌 ‘아이폰’에 다 들어 있습니다.”

 지난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맥월드 콘퍼런스&엑스포’에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키노트 연설에서 이렇게 아이폰을 소개했다.

 그동안 말도 많았던 애플의 ‘아이폰’이 드디어 이달 29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다. 아이폰은 맥OS와 컴퓨터 그리고 MP3플레이어를 주력으로 하던 애플이 휴대폰 업체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한 첫 작품이다.

 일단 아이폰에 대한 현지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지난 1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시장조사 업체 M:매트릭스의 자료를 인용, 미국 휴대폰 사용자 10명 중 1명꼴로 아이폰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즉 조사 대상자 1만1064명 가운데 약 9%가 적극 구매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예상 판매가격이 4Gb가 499달러, 8Gb가 599달러라는 고가임을 고려할 때 이 같은 결과는 놀랄 만한 일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지금 세계 휴대폰 시장은 한 치도 예측하기 어려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이 거의 월 단위로 바뀔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휴대폰 시장 속성상 트렌드를 놓치면 경쟁에서 바로 탈락하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졸면 죽는다’는 얘기다.

 글로벌 휴대폰 업체가 아이폰을 주목하는 이유는 아이팟으로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한 애플의 저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애플이 아이팟을 처음 선보였을 때 어느 누구도 아이팟이 지금의 디지털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아이팟은 디지털 음악 마니아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으며 새로운 문화를 대변하는 컬트 브랜드가 됐다.

 하지만 아이팟과 아이폰은 다르다. 한때 레인콤 등 자금력이 탄탄치 못한 업체가 디자인이나 특정 기능으로 시장을 주도하던 시절엔 아이팟이 MP3P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휴대폰 시장은 전 세계 수백 개의 업체가 있어도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를 위시한 ‘빅5’ 업체가 견고한 성을 쌓고 빈틈을 주지 않는다. 더욱이 애플이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디자인이 소비자의 찬사를 받을지도 불분명하고 여기에 500∼600달러라는 부담스러운 가격과 공급 물량 전부를 자체 생산이 아닌 대만 혼하이정밀에 위탁해 소비자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기도 어렵다는 현실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빅5 업체의 집중 견제는 애플이 브랜드력 하나만으로 헤쳐 나가기에는 결코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특히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1위 노키아는 아이폰 출시에 맞서 음악 다운로드나 지도찾기 기능을 강화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아이폰은 4분기 유럽시장에, 내년에는 아시아에서 출시된다. 애플 측은 올해 120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하나 2005년 기준 북미 하이엔드급 뮤직폰 시장 규모가 50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600만대만 팔려도 대성공일 것이라는 가트너의 분석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 이 물량이 다 팔린다 해도 전 세계 기준으로 0.5%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나 애플에겐 포디(PODDY)라는 아이팟의 열성팬들이 있다. 이들이 포디즘을 앞세워 아이폰 돌풍을 일으킨다면 북미 시장에서의 ‘제2의 애플 신화’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 꼭 일주일 후 선보일 애플의 아이폰이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태풍이 될지 미풍이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휴대폰 업체도 경계심을 놓치 말아야 할 것이다.

홍승모 글로벌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