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말로만` DRM 폐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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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영국 런던 EMI 본사에서 가진 스티브 잡스 애플 CEO(왼쪽)와 에릭 니콜리 EMI의 CEO의 제휴 모습. 이날 양사는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음악 감상을 위해 디지털 음악 파일에 복제방지장치(DRM)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런던(영국)=AFP연합뉴스>

 애플이 복제방지장치(DRM)가 없는 디지털음악 파일을 판매하면서 구매자의 개인 정보를 파일 속에 숨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정보를 활용하면 P2P와 같은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음악 파일의 원 소유자를 추적할 수 있어 또 다른 복제방지장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4일 BBC인터넷판과 타임온라인 등에 따르면 IT 전문 사이트인 아스테크니카는 애플이 지난 5월 30일부터 아이튠스를 통해 팔기 시작한 DRM 없는 음악을 분석한 결과, 구매자 이름 전체와 e메일 주소가 숨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음악 파일은 음질이 향상됐으며 DRM이 없는, 즉 무한 복사 및 재생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기존 음악 상품보다 곡당 0.3달러가 비싼 1.29달러에 시판되고 있다.

 아스테크니카는 애플이 DRM 없는 음악을 판매하기 전부터 구매자 정보를 음악 속에 담아 왔고 임의 수정이 가능해 불법적인 파일 공유에 초점을 맞춘 조치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DRM이 없다고 해서 자유롭게 파일을 공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개인적 복사와 유포는 그 책임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애플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의도야 어찌됐든 이번 사건은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미 소비자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 측은 “신용카드 번호를 잃어버린 것 만큼 위험하진 않아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개인 정보가 떠돌아 다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지난 2월 디지털 음악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음반 업계가 DRM을 폐지하고 소비자들이 음악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애플은 현재 EMI와 제휴를 맺고 DRM 없는 음악을 팔고 있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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