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영웅, 실패하면 역적.’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돼온 말이다. 권력의 세계는 냉혹하다. 승자 아니면 패자만 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승자가 되면 수단과 방법도 얼마든지 합리화하고 명분화할 수 있다. 패자는 자신뿐아니라 수단과 방법까지 매도당한다. 역적으로 처단되는 일이 허다하다.
비즈니스 세계는 다르다. 승자와 패자로 갈리지 않는다. 도전자와 성취자로 나뉜다. 물론 수많은 패자도 있다. 하지만 권력의 세계에서처럼 사회적인 죽음을 맞지는 않는다. 기회만 오면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사업가 아니면 사기꾼.’ 요즘 벤처 CEO 사이에 유행하는 말이다. 성공하면 영웅, 실패하면 역적의 패러디다. 패러디는 원래 익살스러워야 제맛이다. 이 패러디는 그렇지 않다. 푸념처럼 들린다. 냉소적인 풍자다. 벤처 CEO가 공감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비아냥이다. 벤처는 모험에 도전한다는 뜻이다. 벤처 CEO란 모험에 도전하는 사업가다. 모험에 도전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늘 실패가 따라다닌다. 벤처 CEO는 실패하기 십상인 사람이다. 그만큼 이들의 실패에는 너그러워야 한다. 대신 벤처 CEO에겐 더 투명한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요구된다. 남의 돈으로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을 해서는 더욱 안 된다. 지금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쳐야 할 벤처 CEO가 안정을 추구하려 한다. 사기꾼이 되기 싫기 때문이다. 벤처 CEO는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느낀다. 실패하면 죽는다. 줄에서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한 번 떨어지면 매장당하기 일쑤다. 사기꾼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모험가의 도전적인 포부를 사기꾼의 현란한 거짓말과 구별해내기는 쉽지 않다.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가면 인도에 닿을 수 있다고 한 말도 그 당시에는 거짓말처럼 들렸다. 물론 거짓으로 꾸민 말이라면 반드시 사기꾼으로 매도해야 한다. 다시는 얼씬 거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실제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사기꾼이 득실거린다.
우리는 구더기와 장도 구별 못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실패에 너그럽지 못하고 책임을 전가시키기에 능한 게 바로 우리다. 도전이 없으면 실패도 없다. 또한 성공도 없다. 벤처 CEO의 패러디는 우리에게 던지는 화살이다. 모험가에게 안정된 삶을 살라고 강요하지 않느냐는 반문이다.
◆유성호 디지털산업팀장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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