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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10명 중 7명이 ‘하루 30분 이상 UCC를 감상한다’는 조사 결과에 UCC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다. UCC를 통해 스타가 탄생하고 광고, 인터넷 포털 등 여러 업계에서 UCC 활용 방안을 찾느라 고심인 요즘,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UCC 열풍에서 보듯 고객은 더는 수동적이지 않다. 선호가 분명하고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생산에 참여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즐긴다. 기업의 서비스에 쉽게 만족하지 않고 폐쇄된 권위도 거부한다. 공유를 통해 오가는 정보는 기업을 압도하며 고객의 변화 속도는 롤러코스터처럼 빠르고 변화무쌍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객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기업에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숙제일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고객가치혁신이다. 고객가치혁신이란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을 재정의하고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확대·진화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더욱 큰 효용을, 사업자는 더욱 큰 수익을 얻는다. 고객가치혁신은 전통적인 가치를 더 충족시키고자 하는 고객만족경영과는 다르다. 새 가치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물론 고객가치혁신은 간단한 정의와 달리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많은 기업이 신제품 또는 서비스를 위해 수차례 고객을 조사하고, 시제품을 제작해 직접 고객의 의견을 듣지만 통찰력을 얻기는 힘들다. 그래서 기업에 성공을 안겨주는 상품, 서비스 또한 극소수에 그친다.
정부 허가를 통해 사업권을 얻고 기술이 곧 서비스와 동일시되는 성향이 강했던 통신 업계의 경우 경험과 노하우 부족으로 인한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때문에 더욱더 고객과 인간에 대한 이해만이 기업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고객가치혁신은 기업이 성장이라는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선택해야 하는 단 하나의 정답이다.
한때 메인프레임 시장의 거대 선두주자였던 IBM은 고객 가치가 PC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간과해 위기를 맞았다. 과거에 기댄 자신감,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조직 등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는 많았지만 1990년대 고객가치혁신 기업으로 거듭난 것이 IBM을 구했다. IBM은 고객 중심의 신사업 추진을 위해 EBO(Emerging Business Opportunity)라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의사결정과 성과평가 체계까지 완전히 분리했다. 경영진의 지속적, 직접적 지지와 관심이 밑바탕이 된 것은 물론이다. 1991년 시장의 호황 속에서 창사 45년 만의 적자를 기록하는 참담함을 맛봤던 IBM은 오늘날 굳건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디오 기기 제조사였던 뱅앤드올룹슨(Bang & Olufsen) 역시 고객가치혁신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음향 장비 제조업계의 오랜 화두는 당연히 음질이다. 그러나 B&O는 고객이 오디오를 구매할 때 원하는 것은 기능만이 아니라 최고라는 자부심과 공간의 아름다움임에 주목했다. 루이비통·프라다 등 명품을 경쟁 상대로 혁신적 디자인과 사용 편의성을 갖춘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 결과 B&O의 제품은 곧 고객의 라이프스타일로 인식됐다.
요즘 KT도 고객가치혁신을 통해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최근 개소한 고객가치혁신센터에서는 다양한 영역의 내·외부 전문가가 모여 고객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기술과 역량보다 고객이 앞선다(Customer comes first)는 것이 제1의 원칙이다.
10년 후 세계와 한국의 기업 지형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단언컨대 고객 가치의 혁신 여부가 10년 후 그 기업이 존재하는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KT의 10년 뒤 모습도 고객가치혁신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KT의 이름이 고객가치혁신 기업의 사례로 회자되길 기대해 본다.
◆윤경림 KT 신사업추진본부장 klyun@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