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단말 `팔방미인`

‘킬러앱 없는 컨버전스는 무용지물’

 와이브로와 3G(HSDPA) 등 초고속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서비스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컨버전스 단말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각각의 특화된 기능에 충실했던 개인용 독립형(Stand Alone) 기기들이 초고속으로 업로드·다운로드가 가능한 네트워크를 만나 본격적인 변신에 나선 것. 음성통화는 물론, 이메일 송수신과 문서 작성, TV 수신 및 MP3·동영상 파일 재생 등 통신과 컴퓨팅, 멀티미디어 기능이 한데 이뤄져 팔방미인이 됐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을 수 없듯, 소비자에게 특별한 체험을 주는 ‘킬러앱’이 없이는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이다.

 ◇베일벗은 컨버전스 단말들=삼성전자의 MP3플레이어 ‘T9’이 포터블 네트워크 게임기로 변했다. 무선 핸즈프리용으로 탑재했던 블루투스를 게임에 활용, 1:1 네트워크 게임을 만들어냈다. ‘T9’사용자가 인근에 있으면 알까기·수타혈전·오목게임 등 무료로 제공된 블루투스 게임으로 둘이서 주고 받으며 내기도 할 수 있다. HP가 최근 해외에 출시한 GSM 방식의 스마트폰 ‘보이스 메신저’는 문자메시지 이외에 음성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통화가 어렵거나 운전 등으로 문자입력이 어려울 경우, 목소리를 그대로 파일로 저장해 상대에게 전달한다. HP가 연말께 국내에 출시할 PDA 복합단말기는 3G 네트워크를 접목, 업로드 기능을 강화하고 PMP·PC·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통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KT가 내달 출시할 LG전자의 와이브로 스마트폰, 디지털큐브의 와이브로 PMP, 미국 스프린트가 내년초 선보일 와이브로 카메라 및 프린터 등은 컨버전스의 영역을 대폭 확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미’와 ‘경험’이 필요=반면 기능을 많이 통합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대표적 컨버전스 단말인 삼성전자의‘딜럭스 MiTs’의 경우, 노트북PC와 휴대폰 기능을 있는 그대로 통합하면서 덩치는 커지고 가격은 비싸 사실상 판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몇년전 내놓았던 넥시오도 특화된 장점이 없어 개발이 중단됐다. 최근 2세대 제품이 출시된 UMPC 역시, 운영체제(OS) 구동에 시간이 걸리면서 퀵타임플레이가 가능한 PMP를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10만여대가 팔려, 국내에서는 최고의 판매 기록을 갖고 있는 HP의 무선랜 PDA폰인 ‘iPAQ(rx6100)’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제안한 PDA용 고스톱·차계부·모바일블로그 등이 킬러앱으로 작용하면서 마니아층을 뚫게 됐다. 사용자 경험을 이끌어내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김대환 한국HP 이사는 “컨버전스의 핵심은 결국 고객들의 새로운 사용 행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서 “새로운 체험을 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지연·류경동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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