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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시스템 이재훈 사장(50)은 지난 27년간 우리나라 전자·IT산업의 풀뿌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80년 1급 전자기사 자격을 획득, 첫 발을 내딛은 뒤 당시 오디오·비디오 콘텐츠의 주력 저장매체였던 마그네틱테이프 사업을 통해 전자제품의 대중화를 이뤄냈고 90년대 들어서는 이동통신기술 및 부품 개발로 통신산업의 근간을 만들었다.
“CDMA가 우리나라 IT산업에 가져온 후방 효과는 상당히 큽니다. 이동통신산업을 일궈 많은 중소·벤처기업을 만들어냈고 DMB, 와이브로 같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했으니까요”
이 사장은 CDMA 전문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동통신전문가다. 공학박사인 이사장이 진두지휘해 50여명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기술 혁신을 이뤄냈다. 92년 유정시스템을 설립한 이후 이동통신기지국과 단말에 들어가는 전압조절식오실레이터(VCO)와 위상동기루프(PLL) 모듈 등 핵심 부품을 자체 개발했고, 정부와 무선통신 분야의 숱한 애로 기술들을 산학협동으로 개발해냈다.
그 과정에서 만난 고객이자 협력사가 바로 LG전자. 기술력과 그 간의 성과를 인정한 LG전자가 유정시스템을 단말 개발 협력사로 선정했다.
대표적 상품이 바로 2005년 대박 상품인 ‘어머나폰(SD340)’. 업계 처음으로 인테나(안테나를 휴대폰 내부에 집어 넣는 방식)를 적용한데다 당시 히트 가요인 어머나를 기본 벨소리로 탑재하면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인테나의 경우, 유정시스템이 먼저 기술을 개발, 제안하면서 LG전자가 받아들인 대표적인 중소기업·대기업의 협력 사례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이 사장은 지난해 LG전자 정보통신(MC)사업본부로부터 표창도 받고 단말개발협력사협의회 회장직도 맡았다.
그런 이사장도 요즘 고민이 많다. 휴대폰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고객사가 모델 수를 줄이고 전략 상품에 집중하려는 방침으로 바꾸면서 일거리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데 남 탓 하면서 옛날만 그리워할 수 없지 않겠냐”면서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는게 중소·벤처기업들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유정시스템은 최근 자체 제품으로 DMB와 와이브로 모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휴대폰 개발 사업을 통해 닦아온 기술력과 경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것.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수준에서 새 비즈니스를 진행하겠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유정시스템의 숨은 실력이 알려지면서 해외 모 대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 여타 기업들로부터 단말 개발을 요청하는 러브콜이 상당수 있었지만 거절했던 이 사장.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도의(商道義)’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에서다.
이 사장은 “이동통신산업을 함께 일궈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일구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력체계가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