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10달러의 행복

알렉산더 헤밀턴은 조지 워싱턴의 부관으로 미국 독립전쟁에 참여해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그 후 그는 미국의 초대 재무부 장관을 지냈으며 당시 북부 공장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영국산 제품 수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미국 산업이 발전할 때까지 대외무역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유치산업론을 펴 오늘날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되는 기틀을 다졌다.

 미화 지폐 1달러에 새겨진 인물은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이고 2달러에는 토머스 제퍼슨 그리고 10달러에는 바로 이 알렉산더 헤밀턴이 들어가 있다.

 우리 돈 약 1만원인 10달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요즘 많은 이의 관심을 받고 있는 와인을 예로 든다면 미국인이 매일 마실 수 있는 싸구려 와인은 5달러 미만이면 살 수 있고 주말에 애인과 근사한 저녁에 놓고 마실 수 있는 와인은 최소한 10달러는 줘야 한다.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부담되게 크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가치가 10달러에 담겨 있다. 물론 세계의 많은 빈곤층에게 이 돈은 열흘의 일당이다.

 지난달 세계은행은 2004년 전 세계 9억6800만명이 하루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으로 살아간다고 밝혔다. 또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 8명의 어린이 중 한 명은 ‘어린이 노동자’며 이들 대부분이 열흘에 10달러 즉 하루 1달러 미만을 받는다고 한다.

 지구촌이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을 때 인도와 파키스탄 어린이가 축구공 하나를 만드는 데 32개의 가죽 조각을 1620회 바느질하면서 번 하루 일당은 겨우 우리 돈 300원이다. 축구공을 갖고 뛰어놀아야 할 이들의 손마디는 바느질 상처로 얼룩져 있다.

 얼마 전 외신은 세계에서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계층이 가장 많은 국가인 인도 정부가 10달러짜리 노트북PC 개발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주무부처인 인적자원부 주도로 인도공과대학·VIT공대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IC 기능을 최대한 통합하며 관련업체의 도움을 받아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이 기술을 적용해 47달러까지 비용을 낮췄으며 향후 2∼3년내에는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지난달 초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UC버클리대학 IT연구소인 CITRIS가 콴타·컴팔·혼하이 등 대만의 정보통신기기 업체들과 10달러짜리 휴대폰 생산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들 업체도 경제성만 확인된다면 향후 2년 내 제품 출시가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이 10달러짜리 노트북PC와 휴대폰은 최소한의 기능과 사양만 갖추고 있지만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실 우리 기준으로 볼 때 설렁탕 두 그릇 값이요, 서양 기준으로는 뉴욕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는 가격에 노트북PC와 휴대폰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가난한 인도인에게는 10달러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또 당장의 빵 한 조각이 시급한 이들에게 노트북PC가 얼마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오마하의 현인, 가치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투자회사 버크셔 헤더웨이를 인수할 당시인 1960년대 중반의 이 회사의 주가는 10달러였다. 40여년이 지난 지금의 주가는 10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 2위의 부자가 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성공하는 것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고, 행복은 얻은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10달러 노트북PC와 휴대폰이 아무쪼록 전 세계 정보화의 소외자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기를 기대한다.

◆홍승모 글로벌팀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