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병무청의 현명한 판단

 병무청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달 말까지 IT벤처기업에 대한 병역대체복무제도(산업기능요원제도)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제도를 중단키로 발표했다가 지금은 여론에 밀려 한발 물러난 상황이다.

 이번 문제를 촉발한 병역비리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부지만 산업계의 잘못이다. 돈(투자자금 등)을 받고 산업기능요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분명 도덕적·법률적으로 문제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두 번째다. 기자가 산업계를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기도 하지만, 이 제도가 너무 허술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적으로 한 IT 병역지정업체의 대표는 “3년 전에 지정된 이후 매년 최소 한 차례 이상 투자 등을 빌미로 산업기능요원을 채용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제도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들이 이 같은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상당수 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고 심지어 사채시장을 노크하는 곳도 부지기수인 상황이다. 만약 급전이 필요한 기업에 이 같은 제안이 들어오면 좀처럼 거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 만난 한 벤처기업 단체 회장은 “문제가 불거질 줄 알고 회원사들에 ‘유사한 전화를 받으면 조심하라’고 말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제도에 너무나도 큰 허점이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와 함께 연일 병역비리 보도가 나오고 있어 병무청 관계자 처지에서는 제도적 지원을 중단하고 싶은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어차피 정원이 제한돼 있는만큼 문제가 많은 부분(IT벤처)을 없애는 게 속 편할 것”이라는 ‘동정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지원이 중단됐을 때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이 선량한 IT기업의 상실감을 채워줄 만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IT분야를 선망직종으로 생각했던 수많은 산업기능요원도 마찬가지다.

 산업계도 기준 강화에는 공감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이라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병무청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준배기자·정책팀@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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