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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반도체, 이것이 아날로그의 진정한 힘이지요”
온 세상이 디지털로 돌아가는 요즘, 장지훈 넥스트칩 연구소장(41, 부사장)의 때 아닌 아날로그 타령이다. 그것도 디지털 세상을 열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반도체 전문가가 말이다. 이유는 이렇다. 디지털 기기의 핵심기능은 여전히 디지털이 구현한다고 할지라도 아날로그 회로의 미세한 차이가 반도체 품질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CCTV와 DVR에 쓰이는 영상 칩을 한 번 볼까요. 얼마나 잘 압축하느냐가 칩의 성능이라고 할 수 있으니 똑같은 압축률을 보이는 칩을 개발하면 성능이 똑같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어떤 것은 화질이 선명하고 어떤 것은 흐릿합니다. 수치로 계산할 수 없지만 확연한 차이가 TV에서 신호를 받는 부분의 아날로그 회로 때문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져 시스템온칩(SoC)화될수록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장지훈 소장의 설명이다.
아날로그 기술이 다시 대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칩 전체에서 5% 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는 이 아날로그 칩이 어떤 화면을 구현하도록 하느냐를 가릅니다. 이것은 표준을 따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연구원이 밤을 새워가며 쌓은 경험을 통해 체화하는 것입니다. 마치 도자기를 굽듯 반도체도 장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장 소장이 반도체와 인연을 맺은 지 20여년이 지났고 연구자 개인으로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영예까지 안았지만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디지털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은 반도체의 핵심이다. 다만 외곽으로 밀려난 줄만 알았던 아날로그가 경쟁력을 가르는 척도가 될 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장 소장은 “10여년 전만 해도 모두가 아날로그만 개발하는 시절이 있었지만, 이것은 디지털로 대체되어야 할 낮은(?) 수준의 기술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의 반도체 개발자라면 누구나 절실하게 느끼는 아날로그 기술은 그 어떤 디지털로도 대체될 수 없는 기술이어서 아날로그 반도체 개발자들을 장기적인 안목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은 넥스트칩이 캠코더용 영상신호처리 칩을 처음으로 국산화하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고품질의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장지훈 소장은 영상 칩 분야를 장악하고 있는 소니를 뛰어넘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장 소장은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들을 보면 아무리 분석해도 품질의 차이를 알아 낼 수 없을 만큼 대단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을 느낀다”며 “벽을 넘어서기 위해 겉으로 표가 나지 않는 아날로그 분야에 많은 힘을 쏟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곧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